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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증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당선증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 승인 2008.04.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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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총선 당선자들이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아든 지 10여일만인 지난 21일. 경남지역 여야 당선자들의 행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들은 이날 서울 63빌딩의 한 고급식당에서 부부동반으로 값비싼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다. 전체 13명의 당선자 가운데 9명이 참석했고, 김정권 당선자를 제외한 8명이 부부동반이었다. 여기에 도당 사무처장을 포함해 18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 사람당 10만원에 적어도 300만원 가까운 식대가 지불된 것으로 알려진 ‘값비싼 저녁 만찬’은 김학송 의원이 지출했다. 만찬을 즐기고 있던 시각,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철회를 촉구하며 지난 1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사흘째 단식농성 중이었다.

여야를 떠나 이들은 모두 같은 경남지역 국회의원이다. 비록 소속 정당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일련의 정치활동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경남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같은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다. 또 18대 국회의 ‘동료의원’이다. 정치 도의적으로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으면 하는 바람은 지나친 기대였나 싶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도,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도 국민들은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이 축산농가와 종사자들에게 ‘폐업’을 강요하고 있다. 여기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가해자나 다름없다.

‘화려한 만찬’을 즐긴 한나라당 당선자들은 지난 총선 때 한결같이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지역발전에 몸을 던지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안다. 그 약속을 믿고 국민이 수여한 당선증에는 아직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다.

대통령의 말대로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이 의심되는 외국산 쇠고기로도 ‘화려한 만찬’을 즐길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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