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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정책위의장의 ‘제 발등 찍기’
집권당 정책위의장의 ‘제 발등 찍기’
  • 승인 2008.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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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잘 먹고 잘 사는’ 노동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집권당의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말이다.

임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고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국민들이 많다.

국세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06년 기준으로 447만명이 자영업자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 중 20%가량이 부도위기에 내몰린다. 이들은 노조도 없다”고 말을 꺼냈다.

영세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덜어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으면 ‘박수’라도 받을 말이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아니 엄청난 ‘비수’를 숨기고 있었다.

임 의장은 곧이어 “이제 사회적 책임이 있는 민주노총도 어떤 면에서 보면 고통을 분담해야 될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꼬박꼬박 월급 타는 경우가 가장 부럽다고 할 정도로 고통 받는 계층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민생고통을 살리는데 동참해 주길 호소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 파업이 ‘민생고통’을 더한다는 논리인지는 확실치 않다.

화물차 자가운전자를 운송노동자로 보는지, 아니면 ‘지입차주’로서 영세사업자로 보는지도 애매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화물차 자가운전자는 물론 건설노조 조합원들도 모두 각 분야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서민들이라는 점과, 앞서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들먹인 것도 결국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을 강조하기 위한 ‘서론’과 명분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집권당 정책위의장의 이 같은 고통분담론이 서민들에게는 국회의원 세비와 교차되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노동자를 포함한 서민대중이 그 토록 반대했던 ‘무노동 무임금’을 노동법에 포함시킨 국회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사회적 평등이라는 거대담론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임기가 개시된 18대 국회의원 299명은 단 하루도 일하지 않고 국민의 혈세로 20일 거액의 세비를 받는다.

국회는 법률에 따라 늦어도 지난 5일까지는 국회 ‘문’을 열어야 했다.

국회 파행의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든, 또 ‘놀고먹지는 않았다’는 항변도 없지 않지만 여야를 떠나 ‘세비’를 받는 모든 국회의원들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도 사회 모든 분야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 것과는 달리 유독 국회의원들만 ‘무노동 유임금’이다.

의원세비의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연봉의 기본이 되는 일반수당은 개인당 월 52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7.5% 인상된 금액이다.

여기에 의원활동 지원비 등을 모두 합치면 1인당 1,100여만원, 보좌진 인건비까지 합치면 3,400여만원, 이를 다시 국회의원 299명으로 환산하면 90여억원이 넘는 세금이 열리지도 않은 6월 국회에 지급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의원활동이 반드시 국회를 통해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집권당 정책위의장 역시 따지고 보면 ‘무노동 유임금’이다. 각종 범법행위로 구속기소 중인 의원에게도 의원세비는 꼬박꼬박 지급해야 한단다.

그런데도 IMF 당시보다 더 살기가 어렵다는 고유가시대의 고통분담에 국회의원들이 참여키로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은 외면하는 고통분담을 노동자들에게만 요구하는 꼴이 된 셈이다.

고유가시대에 쇠고기정국과 파업정국이 혼재하는 ‘총체적 난국’에서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집권여당부터 ‘고통분담’에 앞장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을 섬기는 정치적 해법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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