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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컴백’ 박희태의 ‘숙제’
‘화려한 컴백’ 박희태의 ‘숙제’
  • 박유제 기자
  • 승인 2008.07.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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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정권탈환에 성공한 한나라당이 3일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후보는 2위에 머문 정몽준 후보를 1,000여표 가까이 따돌리고 당선됐다.

박희태 당선자는 인사말을 통해 “정치권이 국민 신뢰를 상실한 것이 혼란과 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내에는 화합을, 국민에게는 신뢰를 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거꾸로 해석하면 당내 계파간 갈등과 반목이 심각한 상태이고,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땅에 떨어졌음을 시인하는 얘기가 된다.

박 당선자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대선과 총선에서 약속한 ‘경제살리기’에 온 몸을 던지겠다”는 다짐도 했다.

박 당선자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오는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새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당내 현안을 점검한다. 당의 과제와 진로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아무튼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는 계파간 화합과 원활한 ‘당청관계’ 등 정치권 전반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당사상 최초로 집권당 대표를 배출시킨 경남도민과 지역정치권에서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정계은퇴설까지 제기되기도 했던 고령의 노장 정치인이 집권여당의 대표로 ‘화려한 컴백’을 한 데 대한 축하의 메시지 그 이상이다.

그러나 박희태 당선자 스스로가 밝혔듯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과거 어느 대표 못지않게 산적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집권당 대표조차 누적된 난제들의 실타래를 풀어내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는 터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집권당 대표로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다. 대체로 당권을 쥐게 되면 정국주도권 확보에 혈안이 되는 구태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정국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최우선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청와대, 정부, 야당과의 합리적 조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국민의 성난 민심부터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후보시절 약속했던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꼿꼿한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당내 계파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노골화되기 시작한 ‘친이-친박’간 대립과 갈등이 4.9총선을 거치면서 정점에 달한 뒤 지금까지 당 화합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당선자 자신도 ‘친이’ 성향의 국회의원과 대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새 지도부 선출에 이어 조만간 이뤄질 당직자 인선부터 계파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향후 2년간의 임기 내내 당 대표가 ‘친이계’의 수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당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야당의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주요당직을 외부인사에게 개방하고 당 운영의 투명성도 확보해야 한다. 소속 국회의원들을 ‘당론’이라는 반강제적 당론에 구속시키지 말고, 소신에 따라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도 확대해야 한다. 당부터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려는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대의적 과제 못지않게 전당대회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당권경쟁 과정에서 더욱 노골화된 ‘친이-친박’간 갈등은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적신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파간 갈등이나 앙금을 씻어내는 일은 당 화합을 통한 대표의 위상강화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집권당 대표로서는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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