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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타는 나라살림과 혁신도시
‘촛불’에 타는 나라살림과 혁신도시
  • 승인 2008.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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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쇠고기 촛불’에 타들어가고 있다. 맹렬하게 타들어가고 있다. 마치 숭례문 화재를 바라보고 있는 듯 착각할 정도다. 처음엔 기와 사이로 곰방대를 태우시는 할아버지의 한모금처럼 몽글몽글 피어오르던 연기가 어이없게도 거대한 화마로 변해 끝내 우리 자존심을 붕괴시켜버리고 말았듯이.

지금 ‘촛불’은 국민과 정부의 뇌리에서 모든 것을 사르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를 ‘망각의 늪’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 이외 다른 국가 중대사들이 즐비한데도 데도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말이다.

따라서 정부는 당장 이 촛불부터 꺼야 한다. 숱한 국가적 중대사를 차치하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국제유가, 원자재가 뿐 아니라 국내 물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가, 기업·소비자 지수, 경제성장 전망 등 각종 경제지표들도 곤두박질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747’기는 이미 추락했다.

촛불은 든 이들도 이제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매일 건설업체가 한곳 꼴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단다. 이뿐 아니다. 농어민, 서민들의 살림살이 또한 빈사상태에 이르고 있다.

초가삼간, 삼천리금수강산이 다 타기 전에 지혜를 모아 촛불부터 꺼야할 때다. 그리고 나라 살림살이를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할 것이다. 또 군색한 지방 살림살이도 보살펴줘야 할 것 아닌가.

그중 하나가 전 정부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대못’을 박아 지어주겠다고 했던 초가삼간, 혁신도시 문제다. 그랬던 혁신도시가 정부의 공기업 통폐합 및 민영화 계획으로 뿌리 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초기 혁신도시 건설계획을 전면 재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각 대상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그게 아니고 계획을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여론을 무마한 적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닌 것 같다. 정부 스스로 이따금씩 공기업 통폐합 및 민영화 계획을 ‘여론 떠보기’ 식으로 흘리고 있지 않은가. 혁신도시 건설계획 보완방안과 공기업 민영화 및 통폐합 시기의 선후에 관한 명확한 시간표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더더욱 수도권 규제 완화까지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라면 그 누가 수긍하겠나. 따라서 우리는 사실상 정부가 혁신도시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설사 정부 말대로 혁신도시 건설계획의 보완과 공기업 통폐합이 이루어져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일부 지역 간 갈등을 빚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예로 정부의 공기업 통폐합 계획은 진주혁신도시의 노른자위인 주택공사와 전북 전주에 들어설 토지공사를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통합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이전하든 한 지역은 속된 말로 ‘앙꼬 없는 찐방’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특히 민영화 대상 기업의 경우 쉽게 이전할지도 의문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서 말이다. 이같은 우려를 기우라고 치부한다면 정부는 이의 불식을 위해 하루빨리 보완책과 공기업 민영화 및 통폐합의 선후와 시기에 관한 명확한 시간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로서는 전 정부의 혁신도시 건설 계획이 ‘꺼림직한 업보’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정책은 일관성과 영속성이 담보되어야 국민과 국가 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인은 부채가 유산을 초과할 경우 상속을 포기할 수 있지만 정부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민 신뢰는커녕 국제적으로도 ‘국가 부도’ 사태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적 대사를 위해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내어준 현지 주민들의 충정을 보듬어 주는, 그래서 충분히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우리 대한민국’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혁신도시 건설계획은 반드시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김삼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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