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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치권과 ‘부산 프랜들리’
지역정치권과 ‘부산 프랜들리’
  • 승인 2008.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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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출신의 강기갑 의원이 지난 25일 민주노동당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로써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경남에 연고를 둔 2인의 정치인이 현직 당 대표직을 맡게 됐다.

‘2인의 당 대표’를 두게 된 경남으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여당과 야당의 대표를 뒀으니, 그 만큼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여전히 지역편중이 심한 정당지지도와 복잡한 정치역학구도를 감안한다면, 3개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2인의 당 대표를 배출한 경남도민으로서는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경남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지역 한나라당 시도당위원장들이 추진했던 ‘동남권발전협의회’가 사실상 무산된 뒤, 경남지역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부산 프랜들리’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동남권발전협의회는 지난 22일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일부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세 지역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의 ‘친목모임’ 성격으로 격하됐다.

이에 따라 협의회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은 물론 김재경 도당위원장과 안효대 울산시당위원장에게도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오전 8시 조찬을 겸해 이뤄지는 시도당위원장들의 모임에 기자도 취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두 번째 조찬모임이 있다며 취재를 요청한 의원은 울산시당위원장이었으나, 회의자료 등 모든 준비는 김정훈 의원실 보좌진이 챙겼다.

이날 오후 회의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필자에게 보낸 사람은 경남도당위원장이었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작성한 사람은 또 부산시당위원장이었다. 협의회 관련 답변도 모두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실로 돌렸다.

경남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이 반기를 들었던 22일 모임에서는 ‘점입가경’이었다. 부산시당위원장 보좌관이 사회를 맡은 탓인지, 사회자는 30분 남짓한 공개회의에서도 ‘협의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오신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님’이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이처럼 협의회를 부산시당위원장이 주도하면서 경남과 부산 양지역간 현안문제로 떠오른 남해지방해경청 경남이전 무산과 관련해서는 아예 논의선상에서조차 제외됐다.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은 남해해경청 부산잔류를 사실상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경남도당위원장과 울산시당위원장이 부산시당위원장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 지역언론과 정치인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다.

양 지역간의 정체성 얘기는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도 나왔다. 협의회가 출범하는 모임으로 알고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김형오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3개 시·도는 행정적으로는 따로지만 정치적으로는 통합됐다”고 말했다.

고성 출신이지만 부산(영도) 지역구에서 5선에 당선된 김 의장은 그러면서 “모임을 주도해 온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부산시당위원장을 중심으로 3개 시.도 정치인이 힘을 합치자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런데 김 의장에 이어 축사에 나선 박희태 대표의 인사말에는 지역정체성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경상남도 부산시였고, 경상남도 울산시였다”고 말했다.

경남과 부산과 울산이 ‘한 뿌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경남의 지역적 정체성을 부각시키려는 ‘뼈 있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부울경 한나라당 국회의원 모임’으로 격하된 동남권발전협의회를 곱씹어보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부산 프랜들리’라는 것도 아니다. 소지역주의를 부추겨 정치권을 흠집 내고자 하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같은 뿌리’의 경남과 부산과 울산지역 정치권이 공정하지 못한 ‘사심’과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세 지역의 ‘소통’과 ‘상생’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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