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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로] 소임을 다할 때 보람이 있다
[가야로] 소임을 다할 때 보람이 있다
  • 승인 2008.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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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90년 페르시아군이 그리스를 침략했다.

그리스의 명장 밀티아데스는 아테네의 북동쪽 마라톤 평야에서 페르시아군을 맞아 열세의 병력으로 마라톤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밀티아데스 장군은 전쟁의 결과에 궁금해 하는 그리스 국민들을 위해 그리스의 병사 페이디피데스를 시켜 아테네 시민에게 페르시아군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승전보를 전하게 했다.

페이디피데스는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와 아테네 시민들에게 “우리는 이겼노라”고 외치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그는 목숨을 바쳐 그리스의 승전보를 국민들에게 전한 것이다.

이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그가 달려온 36.75km보다 5.445km가 많은 42.195km를 기념하기 위해 ‘마라톤’이라는 운동 경기 종목이 생겨나 아테네 병사의 투철한 책임감을 기리고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을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아테네 병사는 최선을 다해 자기 책임을 완수한 사람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가 자기에게 맡겨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소임을 다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할 때 비로소 소임을 완수하게 되는 것이고 거기에 삶의 의미와 보람이 있는 것이다.

6.25전쟁 후 우리나라 전쟁고아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이 참전국을 돌며 순회공연을 다녀올 때의 이야기다.

참전국에게 위문과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그 때 미국의 그 유명한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갖게 되었다.

홀 안은 관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합창은 앙코르를 여러 차례 받으며 박수갈채 속에서 끝났다.

그런데 막이 내리고 퇴장을 하는 한 어린이의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였다.

지휘자가 자세히 살펴보니 하의가 소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지휘자는 그렇게 급하면 화장실에 갈 것이지 이게 웬 일이냐고 물었다.

그 때 그 어린이는 자기가 화장실에 가면 알토 파트가 엉망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지휘자는 그 어린 단원을 덥석 끌어안고 울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큰 인물들이 아닌 그저 묵묵히 제 소리를 내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이다.

자기의 역할을 다하면서 살아갈 때 우리 사회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된다.

남이 알아주는 큰 일만이 보람 있는 일은 아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도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남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는 것이면 앞장서서 실천하는 자세야말로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내게 맡겨진 일이 보잘것 없다고 해서 소홀히 대해서는 절대 안된다.

나 하나의 잘못과 무성의로 큰일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사람이 이 사회를 든든하게 지켜 주는 것이다.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주인이다.

주인은 맡은 일을 자기 일로 생각해 애착을 갖고 책임 있게 일하지만 나그네는 남의 일로 여겨 책임 없이 소홀히 일을 한다.

우리가 주인으로 살면서 존경을 받을 것인지 뜨내기로 무성의하게 살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할 문제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때 비로소 조화로운 사회가 이뤄지는 것이다.

장춘익 김해경찰서 형사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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