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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국회 위에 서다
정당, 국회 위에 서다
  • 승인 2008.08.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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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을 비롯해 여야 각 정당이 28일부터 일제히 의원연찬회를 개최한다. 한나라당은 충북에서, 민주당은 강원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각 정당은 이번 연찬회를 통해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각오다. 이번 정기국회는 18대 첫 정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회 공전으로 미뤄졌던 각종 법안처리에서부터 추경예산 심의와 각종 민생현안 처리까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래서 이번 연찬회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6개월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각종 현안에 대한 대응논리 개발, 대야협상 전략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역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청와대와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KBS 사장 내정 의혹을 비롯해 여권의 총체적 국정 난맥상을 지적하는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쯤에서 국회와 정당의 관계 및 위상이나 역할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알법한 얘기지만 정당은 국민여론을 수렴해 이를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해마다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이에 비해 국회는 여야 정당을 불문하고 국민들의 전체적인 여론을 집약시키는 곳이다. 국가의 주요 정책과 지역 쟁점을 법제화하는 입법기관이면서, 동시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곳이기도 하다.

개별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의미이며, 국회 위에 정당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회 나고 정당 났지, 정당 나고 국회 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반드시 한나라당을 적시하는 말이 아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이고 보면 국회를 정당 이익과 권력투쟁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오랜 관례인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도를 넘기도 한다. 여야의 국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10개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한 것이 실례로 꼽힌다.

여야가 설치에 합의한 특위는 국제경기지원특위를 비롯해 독도영토수호대책, 규제개혁, 기후변화대책, 여수엑스포지원, 남북관계, 국가균형발전 및 행복도시대책, 저출산고령화대책, 미래전략 및 과학기술, 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위 등이다.

이들 특위는 시급한 현안문제가 아니거나 기존 상임위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이 대다수여서 ‘자리 나눠먹기’를 위한 졸속적인 특위구성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실제로 10개 특위 중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4개씩, 선진창조 모임이 2개의 특위 위원장 자리를 나눠 갖기로 했다. 위원장은 조만간 특위 회의를 열어 확정하지만, 각 정당은 이미 위원장 후보를 사실상 내정한 상태다.

각종 ‘자리’에서 배제된 특정 지역이나 계파, 그리고 중진을 모시기 위한 ‘자리 늘리기’에 이만큼 최적의 방안도 없을 것이다. 당내 반발기류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위위원장은 상임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입법활동비, 급식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지급받는다. 명절 휴가비 등을 합치면 1년에 1억3,200여만원의 국민혈세가 지급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특위가 구성 취지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탓할 일만도 아니다. 다만 지난 17대 국회의 예를 볼 때 ‘개점휴업’ 상태의 특위가 적지 않았다.

그럼 위원장 후보는 어떨까? 이미 위원장을 내정한 한나라당 후보를 보면 가관이다. 상임위원장 인선에서 배제된 특정지역 국회의원을 배려했다. 당직 인선에서 배제된 ‘친박’ 인사도 특위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산고 끝에 정상화의 첫발을 디딘 18대 국회가 정당에 휘둘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위 국회’라는 오명 속에서 ‘유명무실 특위’를 양산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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