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하 전 보건복지부 차관의 직불금 부당신청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파문은 이 전 차관 외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더 많은 공직자들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꼬리를 무는 사안의 특성상 처음부터 야당인 민주당이 공세적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실시된 감사원의 직불금 관련 감사와 그 결과 비공개 결정 등 사후 처리과정에 대해 추가로 의혹이 제기되자 처음에는 주춤하던 한나라당도 이해득실 계산끝에 ‘손해볼 것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국정조사에 동의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여야의 속셈이야 어쨌든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만큼 갖가지 의혹들이 속시원하게 밝혀지고 책임소재가 가려지는 것은 물론 그에 따라 바람직한 개선책이 나올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번 국정조사도 쇠고기 국정조사 때처럼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정권 차원의 책임소재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분위기다.
문제는 국민의 시각에서 전 정부의 잘못이든 현 정부의 문제이든 사실 별 차이가 없다는데 있다.
결국은 국민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해줄 것으로 믿었던 ‘우리 정부’의 잘못이다.
노 전 대통령 때의 잘못이라고 해서 이 대통령 정부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질 이유도 없고, 현 정부의 잘못이 적지 않다고 해서 전 정권의 잘못이 용서될 리도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참여정부와 현 정부 모두의 책임이다.
감사결과를 보고받고 농림부 장관을 그렇게 질책했다면서 추후 이 일의 진행과정을 챙기지 못해 오늘과 같은 파문을 낳게 한 참여정부 그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새 정부에서 관련 업무를 맡은 책임자들이 국회에서 이 전 차관의 직불금 부당신청 의혹이 제기될 때까지 이를 잘 몰랐다면 그것 역시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묻혀있는 지뢰가 몇 개나 더 있을지 국민은 정말 불안하고 답답하다.
여야가 논란을 벌여온 명단 공개 문제와 관련해 국정조사특위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증인문제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이 국정조사에 나와 “감사결과를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하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일까. 그게 국민이 알고 싶은 진실의 핵심일까.
국정조사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파문의 경위를 따져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부당 수령자의 직불금을 환수하는 등 필요한 시정조치를 하도록 한 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제도개선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감사원이 ‘독자적으로 감사결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도록 하고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감사원의 조직과 역할을 바꿀 수 있는 제도개선의 토대를 만드는 것도 해야 할 일중 하나다.
하지만 감사원 문제는 이번 국조특위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라기보다 논의의 시작이라고 하는 게 맞다.
이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특위가 시간을 허비하면 금년에 직불금을 신청해놓고 이를 기다리는 ‘진짜 농업인’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이번 국정조사가 쇠고기 특위처럼 정치공방으로 지새다가 결과보고서도 내지 못하고 끝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