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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봉] 탄화미와 쌀직불금
[구지봉] 탄화미와 쌀직불금
  • 승인 2008.10.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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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稻). 벼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0%가 주식으로 재배하는 작물이다. 벼의 기원에 대해서는 인도설, 동남아시아설, 중국 양쯔강유역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필자도 학생시절에 인도가 벼의 기원지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 학설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은 봉황동유적으로 이름이 바뀐 회현리 패총에서 1920년에 불에 타서 숯으로 된 탄화미가 다량 발굴되어 그전까지 기록만 존재하던 우리나라 벼농사의 기원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그 후 부여 송국리유적 등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의 토기 밑바닥에서 볍씨의 흔적이 발견되고 또 진주 대평유적 등에서 당시의 논과 볍씨가 발굴되어 벼농사 시작연대가 청동기시대로 올라갔다. 신석기시대 유적인 경기도 일산 가와지유적 등에서도 볍씨가 발굴되어 한국의 벼농사 기원은 약 5,000년전 이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최근에는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발굴된 볍씨가 구석기시대인 약 1만5,000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어 현재까지 확인된 볍씨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 신석기시대에는 주로 강가나, 바닷가에서 수렵과 채집을 주로 하고 살아 본격적인 농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동기시대가 되면 비로소 벼농사를 비롯한 농경문화가 정착하게 된다. 벼농사와 관련된 내용은 각종 기록에도 나온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변진의 여러 나라는 오곡과 벼 재배에 알맞다는 기록이, 가락국기에는 수로왕이 새로 개척한 논이 있는 신답평에 궁성을 지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서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나온 땅. 논에서 소출된 막대한 양의 식량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마을 이루어 결국 나라가 되었다. 수천 년 전부터 이 땅에 우리를 모이고 하고 한민족을 이룬 토대가 된 것이 바로 이 벼인 것이다. 이처럼 벼를 재배하는 논은 우리민족 삶의 근원이요 뿌리라고도 감히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논에서 자라는 것은 단순한 벼가 아니라 우리의 생계 그 자체였다. 과거도 맺혀있고 미래도 달려 있는 것이 바로 논에서 자란 쌀이 아니었던가?

조선시대까지 지폐나 동전보다 실물화폐로 더 많이 사용된 쌀. 그만큼 우리민족에게 쌀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현재도 쌀은 곧 돈이다. 논마다 바로 직불금이 나간다.

그런데도 우리의 뿌리인 농촌은 죽어가고 있다. 아이울음 소리 끊어진지 오래인 농촌 마을이 너무도 많다. 뿌리 없는 나무는 외풍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뿌리 채 뽑혀나가기 마련일진데.

송원영 김해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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