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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번다면 감옥가도 좋다고?
10억 번다면 감옥가도 좋다고?
  • 박세진 기자
  • 승인 2008.10.26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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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배기 딸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비춰질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끔 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전국 중·고생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것인데 청소년 10명 중 2명이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질러 10년쯤은 감옥에 있어도 괜찮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또한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내 가족이 권력을 남용하거나 법을 위반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은 괜찮다”는 항목에 17.2%가 ‘그렇다’고 답했고, “나를 더 잘 살게 해줄 수 있다면 지도자들이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괜찮다”는 질문에는 절반을 조금 넘는 56.1%만이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부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문항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청소년이 조사 대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5.8%에 그쳤다고 한다.

반부패교육 경험유무를 묻는 질문에는 87.4%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해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반부패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 단체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반부패인식지수’를 10점 만점에 6.1점에 불과하다고 산출하면서 “가정과 학교, 사회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청소년 반부패교육을 시작할 때”라고 했다.

이러한 결과를 지켜보면서 교육현장의 도덕, 윤리 교육의 부실을 따지기 전에 딸아이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앞으로 무한경쟁의 세계로 나아가야 할 딸에게 무조건 일등,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은연 중에 심어준건 아닌지,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기성세대의 한 단면을 보여줬던건 아닌지 뒤돌아보게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고, 최고나 일등에게만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속에서 청소년들에게만 청렴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체계적인 교육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제 잠자리에 들기전 딸에게 이렇게 얘기해야겠다.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라”고.<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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