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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국조특위부터 조사하라
‘쌀직불금’ 국조특위부터 조사하라
  • 승인 2008.10.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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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끝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가 내달 10일부터 국정조사를 받게 됐다.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명단도 공개한다는 계획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직불금 문제의 원조’격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특위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지난 2004년 직불금 관련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직불금의 제도적 문제와 한계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시민단체로부터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 의원이 대표직을 맡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직불금 국조특위 구성을 ‘한나라당 10명, 민주당 6명, 선진과창조모임 2명, 비교섭단체 2명’ 등 20명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선진창조모임 등 3개 원내교섭단체는 지난 27일 한나라당과 비교섭단체 국조위원 수를 각각 1명씩 줄인 18명으로 구성한다는데 합의했다.

여기에 비교섭단체 위원 선임권을 가진 김형오 국회의장이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 민노당이 들어갔으니, 이번에는 친박연대를 넣는 게 맞다”며 비교섭단체 몫을 친박연대에 넘겨줬다.

민노당은 발칵 뒤집혔다. 박승흡 대변인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농민을 대변하고, 직불금 문제를 주도한 민노당이 국정조사에서 빠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 지도부는 김형오 의장과의 면담도 공식 요청했다.

경남도당 역시 지난 27일 논평에서 “쌀 직불금 문제를 2004년부터 쟁점화하고 주도해온 강기갑 대표를 배제하는 것은 횡포”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국회의장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넘겨준 친박연대 국회의원 중, 직불금 논란과 관련된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

쌀 직불금 부당수령이 외국쌀 수입으로 인한 농민들의 생존권 보호라는 취지를 비켜난 행정적 오류와 한계라는 점에서 민노당의 항변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국회 주변에서는 ‘튀어도 너무 튀고 있는’ 강 의원이 보수적 다수당 입장에서는 기피인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 의원의 ‘전투력’ 때문이다.

직불금 내막을 훤히 꿰뚫고 있는 강 의원이 국조위원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자칫 다수당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강기갑 특위’가 될 수 있다는 정략적 판단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도 다수당들의 ‘속내’를 감지한 듯하다. 당 관계자는 “쌀 직불금 부당수령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한나라당의 ‘김 빼기’ 전략과 민주당의 ‘방조’, 그리고 한나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독설을 쏟아 냈다.

국정조사의 핵심은 무엇보다 투명성과 국민적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 그래야 국정조사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도 있다.

다수당과 국회의장이 특위 구성에서부터 국정조사의 취지와 명분을 뒤로하고 ‘수의 논리’를 앞세운다면, 특위는 실체적 진실규명 보다 이전투구식 책임공방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직불금 부당수령자 중에는 일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그리고 부동산 투기꾼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국조특위가 진정 진실규명과 사후대책 마련에 목적이 있다면, 직불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 국정조사가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특위구성의 명분을 되찾아야 한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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