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5:55 (수)
[열린마당] 무조건 깔보는 사람
[열린마당] 무조건 깔보는 사람
  • 승인 2008.10.28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식물학자가 섬으로 식물채집을 떠나게 되었다. 섬은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식물학자는 조그만 배를 타고 건너기로 하였다.

“여보게 사공, 나를 저 섬까지 태워다 주게.” 식물학자는 마침 뱃사공을 만나 그렇게 부탁했다.

“예, 타시지요.” 착한 뱃사공은 식물학자를 배에 태우고 섬을 향해 노를 저었다. 그런데 그 식물학자는 무척 거만해서 자기보다 지식이 적은 사람은 무조건 깔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여보게 사공, 자네는 몇 나라의 말을 할 줄 아는가?”

“저는 우리나라 말밖에는 할 줄 모릅니다.”

“참 한심하군. 나는 여러나라 말을 할 줄 아는데.”

그렇게 말한 뒤 식물학자는 또 이렇게 물었다.

“여보게 사공, 자네는 책을 얼마나 읽었나?”

“그저 몇 권 정도 밖에는 읽지 못했습니다.”

“겨우 몇 권이라고? 그럼 여태 뭐하며 살았나? 정말 한심한 일이군. 나는 수많은 책을 읽어 모르는 게 없는데.”

그럴 즈음 작은 배는 깊은 바다 한가운데 와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며 폭풍이 몰아쳤다.

“어, 어….” 식물학자는 깜짝 놀라 뱃전을 붙잡고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순간 배가 훌러덩 뒤집어져 식물학자와 사공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식물학자는 수영을 할 줄 몰라 자꾸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사공은 유유히 헤엄쳐 해변으로 빠져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며 식물학자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지만 제일 중요한 생명을 구하는 방법을 모르시는 군요.”

지식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실제적인 활용과 실천이 함께 할 수 있어야 ‘아는 것이 힘’이 되는 것이다. 많이 아는 지식도 현실의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 그것은 가치있는 지식이 아니다.

아는 것이 많고, 많은 재주가 있어도 제대로 쓸모 있는 것이 없다면 아는 것도 없고 재주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글을 배웠는데 신문도 못 읽고 편지 하나 못 쓴다거나, 외국어를 배웠는데 글을 알지만 듣거나 말하지를 못한다거나, 수영에 대한 이론은 아는데 실제론 물에서 수영을 못한다면 그것은 모두 죽은 지식일 뿐이다.

김상돈 경남애니메이션고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