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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믿음 가지면 두려움 사라진다
국민이 믿음 가지면 두려움 사라진다
  • 승인 2008.10.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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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통상 국무총리가 대신 읽는 이 연설을 이 대통령이 직접 한 것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중차대한 만큼 국민의 가슴에 와닿게 호소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도하며 위기설을 부추기는 해외언론에 대해 한국의 현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유동성 공급계획을 비롯해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뜻도 담겨있다고 한다.

그러한 만큼 이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예년의 시정연설과 달리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진단과 함께 정부의 이번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와 대책을 밝히고 국민의 동참과 신뢰를 바라는 대국민 담화 성격이 강해보였다.

이 대통령이 연설에서 다짐했던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내수 활성화, 원화 유동성 공급 확대, 규제 개혁 등과 같은 경제 위기극복 대책들과 “난국을 슬기롭게 돌파하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약속은 당연하고도 절실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정부가 해야 할 국민에 대한 의무이고 말로만 끝나서는 안될 일들이다.

그 중에서도 이 대통령이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 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라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것을 보면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댈 곳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는 국민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지는 않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시장이 아직 견딜만 한데도 불구하고 갖가지 소문과 막연한 불안감이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면 그 불안감과 공포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정확하게 따져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고 “할 수 있다. 온 힘을 다하겠다. 믿어달라.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해도 진의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할 수 있다.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은 잘 해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해야 하니 따라달라”고 하고, 그런 가운데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별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갈수록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두려움이 더 큰 두려움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 장롱속에 감춰놓았던 금붙이를 선뜻 내놓았던 국민이 달러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말에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지금의 사태가 국민의 책임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문제는 오히려 심리적인 것”이다.

정부 책임자들이 몇날 몇밤을 새워 대책을 세우고 국민을 설득하려 해도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고 시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간다면 백약이 무효다.

“열심히 했는데도 외생변수가 워낙 커서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설명은 국민 입장에서는 변명에 불과하다.

그런 일을 잘 처리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 점검해서 고쳐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잡고, 모자란 점이 있다면 채우는 노력을 기울이고, 잘못에 대해 겸손하게 머리를 숙일 줄 알아야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지금과 같은 막연한 두려움은 저절로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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