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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1년 … `소주`의 메시지
MB정부 1년 … `소주`의 메시지
  • 박유제 기자
  • 승인 2009.02.24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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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제
정경부장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두고 흥미 있는 자료가 나왔다. 위스키 판매는 줄어든 반면, 소주 출고량이 늘었다는 ‘별난 통계자료’다.
 진보신당이 각종 통계자료를 인용해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출고량은 125만 3538㎘로 전년에 비해 5만 9338㎘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위스키 출고량은 6908㎘로 전년에 비해 4065㎘나 감소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주 판매는 늘고 고급 술 판매는 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소주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그 만큼 사회구성원들의 삶이 힘겹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한다. 생활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야 무엇보다 일자리 때문이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크게 한몫 거든다.

 그 흔한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말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그런데 최악의 경기침체로 ‘일자리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신이 내린 직장’과 소주조차 제대로 마실 수 없는 인턴사원들이 큰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체 등의 홈페이지나 신문 모집공고란을 보면 ‘행정지원 전문 인력’이나 ‘청년인턴’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최악의 경기침체에 따른 대규모 실업사태를 방지하고, 사회문제화 된 지 오래인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정부 노동정책의 한 단면이다.

 대학졸업식을 앞두고 청년실업자가 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이 뻔하고, 성실하게 일하던 가장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으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응급처치’다.

 대규모 실업사태가 사회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안전망 확충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또 그래야 한다.

 하지만 정부 노동정책의 중심이 이른바 잡쉐어링(Job-Sharing)제도에 있다는 것은 한계다. 정부의 노동철학 자체가 이미 ‘인턴십’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실직이나 취업이라는 단어가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곳도 있다. 바로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실업자도 예비취업자도 가릴 것 없이 국가에 맹목적으로 내야하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가 기반산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운영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을 발표했다. 예산절감에서부터 인력 감축에 이르기까지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것이다.

 필자는 한 국회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국토해양위원회 소관 20개 공기업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진 연봉과 성과급을 기사로 작성해 보도한 바 있다.

 일종의 기관장인 공기업 사장의 연봉이 최고 61%나 증가했고, 임원진 가운데 경영평가 성과급이 8000만 원 이상 증가한 공기업도 3개나 됐다는 내용이다.

 공기업 운영을 감시 감독할 의무가 있는 감사 연봉이 기관장 연봉보다 높은 기관도 4개에 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주공 감사는 2억 6200만 원의 연봉에 1억 7400만 원의 성과급까지 받고 있어, 감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사의 핵심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으로 신규채용 억제를 비롯해 대졸초임 삭감 및 행정인턴제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켠에서는 임원진의 과다한 연봉인상과 성과급 잔치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20개 공공기관 가운데 조직 규모가 가장 큰 철도공사가 2급 이상 임원진 연봉을 20% 삭감할 경우 절감할 수 있는 금액은 121억 원이다. 이는 공기업 평균 대졸초임 연봉 3000만 원에 403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취임 초부터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해 온 이명박 정부 1년이 지난 지금,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공염불’이 되었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방 중소기업의 줄도산과 일부 대기업의 생산라인 축소가 이뤄지는 산업현장에서는 ‘곡소리’가 들리는 반면, 이들 공기업에서는 ‘잔치소리’가 들리는 것을 대통령은 까맣게 모르고 있을까?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 1년을 하루 앞두고 나온 소주 판매량 증가관련 자료. 술을 마실 수 있는 전체 성인의 80%를 차지하는 노동자계층이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견디며 MB정부 1년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는 아닐까.

박유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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