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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의 대타협’ 취지 잘 반영해야
‘11년만의 대타협’ 취지 잘 반영해야
  • 승인 2009.0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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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와 기업, 민간단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11년만에 드디어 손을 잡았다.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23일 전체 대표자회의에서 노사 양보와 정부의 지원, 영세자영업자와 임시ㆍ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합의안을 의결해 ‘고통분담’을 위한 대타협에 성공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대위가 출범한지 20일만에 실질적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노동계의 다른 한 축을 이루는 민주노총이 함께 하지 않아 안타까운 점도 있지만 금융불안 엄습 등 3월 위기설로 흉흉한 안팎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호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비대위는 합의문에서 “노동계는 기업 경영여건에 따라 임금동결ㆍ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고 경영계는 해고를 자제해 기존 고용수준이 유지되도록 한다”고 서로 양보했다.

 또 각 사업장 현실에 맞게 교대제 개편,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 (순환) 휴직ㆍ휴업 및 무급 안식월(년) 제도 도입, 인력 재배치, 교육훈련(휴가), 재택근무 등 다양한 방안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일방적 감원보다는 희망퇴직을 최대한 활용하고 채권금융기관들도 노사 고통분담과 일자리 나누기 노력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경제 5단체장, 정부, 노사정위 위원장, 시민단체, 종교계 대표, 사회원로까지 참석한 가운데 나온 결론이자 그간 여덟차례나 계속된 실무협의, 두 차례 대표자회의에서 이견을 좁혀온 데 따른 결과물이니 누가 보더라도 흩어진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희망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될 합의에는 성공했으나 그렇다고 걱정거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나누기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사내복지기금을 활용한 근로자 생계비지원 등이 포함된 합의문이 나오긴 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영세 자영업자와 임시ㆍ일용직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추경예산과 사내복지기금 등으로 31조 9000억 원의 기금을 마련해달라던 한국노총의 요구가 빠져 다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대타협이 정부가 짜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형식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한 민노총 등 진보진영은 “알맹이 빠진 미봉책인데다 대표성도 실효성도 없다”며 의미를 깎아내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이상 합의 이행에 험로가 예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기다리던 합의문이 나왔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이 과거 대타협에서 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듯 우리도 다함께 위기극복을 위한 새출발 선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노동계도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 어깨를 포개고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노총과 경실련 등이 불참해 합의문 실행에 부분적인 마찰도 예상되지만 이들이 추후 참여할 경우 노사민정은 더 적극적이고 탄력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승적 차원의 동참이 필요한 동시에, 노사민정 합의를 계기로 상생과 협력을 통한 경제회복이 앞당겨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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