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6:56 (금)
위기일수록 民官政 공조가 중요하다
위기일수록 民官政 공조가 중요하다
  • 승인 2009.02.25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경제에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엔 동유럽발(發) 금융 위기가 진원이다.

 일부 동유럽 국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불거지면서 이들 국가에 많은 돈을 대주고 있는 서유럽 은행들이 위험해진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3대 축 가운데 미국은 이미 빈사지경이고 유럽마저 무너지면 아시아 홀로 모든 압력을 감당해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이 우리와 직접적 연관이 적은 동유럽발 위기로도 휘청거리는 이유다.

 세계 경제의 악화로 수출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국내에서도 투자와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터에 작년 9월처럼 근거가 희박한 ‘3월 위기설’이 겹친 것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과 실물이 위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판국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매우 답답하다.

 그렇다고 계속 우왕좌왕하거나 설익은 정책으로 대응하다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상황인 만큼 위기의 원인과 현재 국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위기의 향후 진로를 예견하고 최선의 대응책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특히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완전히 바닥나기 전에 신속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과감한 속도전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종 해결사’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덜컥 발표해 놓고 호응이 없자 온갖 ‘미끼’를 던지며 참여를 독려해야 했던 대주단이나 은행자본확충펀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탁상행정식 관치금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나중엔 건설업계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정상화가 목적인지, 대주단과 자본확충펀드 구성이 목적인지 헷갈리는 지경까지 됐으니 말이다.

 지난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기업구조조정기금도 어설프긴 매한가지다.

 손실의 현실화를 꺼리는 은행들이 부실 채권을 헐값에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은행의 자구노력과 철저한 부실 채권 실사를 전제로 시장 중심으로 부실 채권 거래를 활성화하고 정부의 역할은 지원과 조정에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은 상황을 가장 잘 안다거나 기업과 은행의 팔을 마음대로 비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들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시장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 위기는 정부와 은행, 기업의 상호 불신 탓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은행의 외채 중도 상환 콜옵션 포기 같은 그릇된 선택이 되풀이된다면 신뢰도 저하에 따른 환율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의 시장 감시와 지도 기능은 이런 대목에서 필요하다. 그래야 금융시장 안정을 되찾고 ‘돈맥경화’ 현상을 극복해 실물로 전이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가 유일한 돌파구이므로 ‘녹색 뉴딜‘을 비롯한 대규모 재정 투자와 감세, 규제 완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 소비와 투자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속도감 있게. 그러자면 정치권의 적극 호응이 필수다.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태를 못 버리는 정치라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