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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봉화산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봉화산
  • 승인 2009.05.31 2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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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영
김해시 학예연구사
 봉화산(烽火山).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던 산이라서 붙은 이름으로 故 노무현대통령 생가 뒤편에 위치한 해발 140m의 야트막한 산이다. 봉하(烽下)마을은 봉화산 아래에 있어 그렇게 불리고 있다.

 원래 가야시대에 만들어진 자암사(子庵寺)라는 절이 있어 자암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산은 절이 폐사된 이후 산 이름이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자암사는 밀양시 삼랑진의 부암(父庵), 김해시 생림면의 모은암(母恩庵)과 더불어 가야시대 때 함께 세워진 왕실의 가족 사찰이다.

 봉화산의 남쪽으로 돌출된 사자암이라는 이름의 바위가 있는데, 이곳이 봉수대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자리다. 이 봉수대는 김해 시내의 분산성(사적 제66호)에서 봉화를 받아 내륙의 밀양 남산봉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였던 곳이다.

 봉화산에는 또 바위에 새겨진 부처상이 있다. 봉화산마애불(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0호)은 통일신라~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석가여래상으로 높이 2.4m, 무릎높이 1.7m이다. 약간 파손되었으나 균형 잡힌 콧등과 조그마한 입은 물론 어깨까지 늘어진 커다란 귀 등이 아주 세련된 조화미를 보이고 있는 잘생긴 부처상이다. 원래는 바로 앉아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었으나, 산사태로 인해 쓰러져 다른 바위 틈새에 끼여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이 불상에는 신기한 전설이 하나 전해온다. 옛날 중국 당나라 때 황후의 꿈에 밤마다 나타나서 꿈자리를 어지럽히는 청년이 있었는데, 황제의 꿈속에 신승(神僧)이 나타나 이 청년을 벌주기 위해 바위틈에 넣어 석불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꿈을 꾼 황제가 이 산과 바위를 찾아 천지를 헤매다가 신라 땅 김해에 와서 이 청년을 꼭 닮은 불상을 발견하고는 크게 감탄하였다고 하는데, 이 청년은 아직도 황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이 불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항간의 소문이 꽤 있었고 또 문화재 보존 측면에서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한다는 취지에서 이를 바로 세우려는 검토를 여러 차례 한 바가 있다. 그러나 복원에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불상을 파손 없이 온전히 세우려면 산 중턱까지 길을 내고 커다란 바위들을 훼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결국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사실 욕심대로 하자면 산을 허물고 바다를 메우는 현대의 토목 기술로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고 노무현 대통령 당신의 고향마을에 그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당신의 성격에 맞지 않고, 또 어린 날의 추억이 서린 고향의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도 아니었기에 그렇게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봉화산에는 또 다른 바위가 있는데, 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가 많이 산다고 해서 부엉이 바위라고 부른다. 원래 부엉이는 평지나 하천가의 절벽 등에 많이 살므로 전국 마을 방방곳곳에 부엉이 바위가 있는데, 봉화산도 그러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부엉이는 올빼미와 비슷한 새로 밤눈은 밝아 사냥을 잘하지만 낮에는 거의 보이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 야행성 조류로 누구나 알고 있다. 서양에서 부엉이는 로마신화에서 나오는 지혜와 공예의 여신 미네르바의 새(鳥)로 철학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부엉이는 하루가 지나고 황혼이 깃드는 저녁이 되어야 비로소 날갯짓을 시작하듯이 철학이란 한시대가 지난 뒤 그 시대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과거와 현대 즉 역사의 진리를 내포한다.

 김해가 낳고 경남ㆍ부산이 키우고 한국을 대표했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 부엉이 바위에서 생의 마지막을 다하신 이유가 무엇이던 이제야 그분의 업적을 개관적으로 돌이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너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알기에 고인에 대한 추모를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가장 작은 비석하나가 우리의 가슴엔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송원영 김해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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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을 꿈꾸며 2009-07-29 14:10:16
자살만을 갖고 일개의 대통령이었든 사람이 그럴수가 있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밖에 할수 없을정도로 몰고간 과정도 한번 생각해 봐야겠지요
평가야 훗날역사가 하게 되겠지만 지금의 정부하는것보면
민생 민생하는데 어이없습니다.
그시절이 정말 민주적이었습니다.

음.. 2009-06-04 15:00:42
검찰수상중이던 사람이 자살했다고 갑자기 영웅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했던 사람이 무책임하게 자살이라니..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교육을 해야합니까?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 때에 자살해버리는 것이 옳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