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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깊이] 폐기물의 숨은 가치
[생각의깊이] 폐기물의 숨은 가치
  • 승인 2009.06.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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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법에서는 폐기물이라 일컫는다.

 세상에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도시나 마을이 있을까? 물론 있을 수 없다. 발생되는 폐기물의 성상과 양이 다를 뿐이다.

 과거 10여 년 전만 해도 폐기물은 적정하게 처리해서 보이지 않도록 하면 되는 애물덩어리였다.

 지금도 근본적으로 인식되는 가치의 변화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폐기물의 숨은 가치가 요즘 부각되고 있다.

 주로 매립이나 소각을 해왔던 폐기물의 처리 방법이 최근 들어 폐기물의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함으로써 자원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은 고형연료(RDF, Refuse Derived Fuel)로 만들어져 팔리기도 하고,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은 난방에,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강력한 지구온난화 물질)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오히려 쓸모없이 버려지는 폐기물의 숨은 가치를 끝까지 추적해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폐기물이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닌 자원이 되어 돈이 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 볼까 한다.

 먼저 많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각종 폐기물에 골머리를 앓을 것 같은 울산시, 생활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스팀을 인근에 위치한 민간업체가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열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9억여 원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는 30여억 원의 수익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간기업도 벙커C유 대신 스팀을 사용하다 보니 돈이 절반정도 적게 들어 서로가 득을 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발생도 줄이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 와룡산 자락, 공단 부지를 조성하듯 드넓은 평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쓰레기 매립장, 이곳도 매립가스를 팔아 돈을 벌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중동 사막의 유전지대를 방불케 하듯 매립장 곳곳에는 철강재 파이프 300여 개가 세워져 있다. 이 파이프는 폐기물이 부패할 때 나오는 가스를 모은다.

 모아진 가스는 정제과정을 거쳐 지역난방 공사에 판매된다. 이곳 매립가스 자원화시설은 2007년 지자체중 처음으로 UN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으로 등록됐다.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판매로 연간 4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예정이다.

 부산시도 폐자원 에너지화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생곡쓰레기매립장 주변에는 다양한 자원화시설이 입주해 있다.

 폐비닐에서 농업용 보일러유로 쓰이는 재생유를 추출하는 시설, 5MW 매립가스 발전시설, 음식물쓰레기발효과정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발전시설 등이다.

 이 외에도 생활폐기물 연료화 및 발전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단순 매립, 소각되는 가연성 폐기물을 고형연료로 만들어 전용보일러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본격적인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2013년부터 연간 170억 원의 수입이 예상된다.

 이렇듯 여러 지자체가 폐기물을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닌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가연성폐기물의 고형연료화,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폐자원의 바이오가스화, 소각여열 및 매립가스의 에너지화 등 폐자원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도 한층 더 강화 하려고 한다.

 주변에 설치되고 있거나 운영 중인 폐기물 관련 시설이 단순 처리시설이 아닌 이제는 명실상부한 자원화, 에너지화 시설임에 우리 모두가 공감했으면 한다.

 아무리 기술수준이 높아져 폐기물이 자원화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폐기물은 원래 적게 발생해야 좋은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대량 생산과 대량소비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폐기물의 발생량 또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아껴 쓰고 다시 쓰는 옛 선조들의 라이프스타일로 돌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회가 아닌 자연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 개개인도 무엇을 실천에 옮겨야 할지 고민해볼 때이다.

정연만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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