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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좋고 물 맑은 지리산 약초향 '그득'
산 좋고 물 맑은 지리산 약초향 '그득'
  • 원경복 기자
  • 승인 2011.03.0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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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가지 약초·버섯 샤브샤브 은은한 여운
▲ 음식은 약초 고유의 향이 가미된 새콤함이 입맛을 돋운다. 사진은 약초버섯매운탕.
산청의 맛

 산청하면 2013 세계전통의약 엑스포 개최지로 유명하다. 한방약초의 고장이기 때문.
 산청(山淸)은 말 그대로 `산이 맑은 곳`으로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산에서 자란 나물과 채소, 버섯, 약초가 맛 좋기로 이름나 있다.
 특히 동의보감을 집필한 허준 선생과 그의 스승 유의태 선생이 의술 활동을 펼친 `한방의 고장`으로, 지리산 자락의 1천여종에 달하는 효능 높은 약초가 즐비하다. 이에 약초를 이용한 보양식이 많다.
 유의태 약수터가 있고 엑스포의 주무대인 동의보감촌은 건강과 맛을 찾는 이들이 한번은 다녀가야 할 곳이다.

 

 금서면  약초와 버섯골 

 

▲ 버섯골약초전과 왕산과 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멋스런 한옥으로 지어진 '약초와 버섯골' 전경.

산 좋고 물 맑은 지리산 약초향 `그득`

10여가지 약초ㆍ버섯 샤브샤브 은은한 여운
자연 그대로의 맛과 새콤함으로 입맛 돋워

 약초와 버섯골, 왕산과 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멋스런 한옥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입구 버섯모형의 간판이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개구쟁이들이 들어와도 조용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온한 한옥의 공간이다.
 과연 식당 이름답게 표고버섯과 마른 무를 달인 차가 물 대신 나온다. 따뜻하고 향그러운 차 한잔으로 식단을 기대하게 한다. `약초와 버섯전골` `약초버섯매운탕` `약초버섯맑은탕` `약초된장버섯탕` 등 취향별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지만 `약초와 버섯전골`이 이집을 대표한다.  
 간장양념으로 방풍무침, 한국산 무피클, 독활무침 등 약초 고유의 향이 가미된 새콤함이 입맛을 돋운다. 밑반찬은 간결하면서도 단아하며, 무한 리필된다.

▲ 약초와버섯전골이 대표음식이다. 일명 약초 샤브샤브로 통한다. 약초와 버섯을 한데 데쳐 먹는 것이 생소하긴 하지만 깊고 짙은 맛이 우러난다.
 `약초와 버섯전골`은 일명 `약초 샤브샤브`로 통한다. 당귀, 새송이버섯, 방풍, 느타리버섯, 곰취, 팽이버섯, 배추, 뽕잎, 양송이, 독활, 표고버섯 등 10여가지 약초와 버섯 등 재료가 약초의 본고장임을 실감나게 한다. 일단 보쌈집에서 내놓는 야채와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끓는 육수에 약초를 종류별로 넣는다. 넣는 순서에도 지혜가 들어난다. 영양소 파괴정도, 익혀지는 정도 등에 따라 순서가 다르다. 여기에 한우를 살짝 데쳐 먹으면 된다. 약초와 버섯 등의 재료는 물론 국산이다. 이집의 특징 중 손꼽히는 것은 대부분 식재료를  조형규(67) 사장이 농장에서 직접 재배해 보급한다. 그래서 더욱 믿을 만하다.
 식단이 차려지고 나면 안주인이 다가온다. 집게를 들고 재료를 넣어주는데 "이것은 방풍인데 풍을 예방한다고 해서 방풍이고, 이것은 당귀인데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또 이것은 독활인데…" 설명을 듣고 있자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배가되고 몸에 힘이 불뚝 솟는 것 같다. "육고기를 전혀 먹지 못하는 식객들에게도 샤브샤브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며 "한달에 한번만 먹어도 건강은 걱정 없다"고 덧붙인다.
 샤브샤브처럼 약초와 버섯을 한데 데쳐 먹는 것이 생소하긴 하지만 깊고 짙은 맛이 우러난다. 지리산의 맛이며 건강의 맛이다.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건강과 약초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채 썬 약초와 버섯으로 밥을 끓여 죽 삼아 먹는다.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시간에 쫓겨 간단한 식단을 원한다면 약초버섯매운탕이나 약초버섯맑은탕, 약초된장버섯탕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이 밖에 헛개나무, 느릅나무 등 산약초 엑기스, 다슬기 등 농ㆍ특산물 엑기스를 추출해 판매한다. 약초로 건강을 채운 후 주변 `동의보감촌`의 한방테마타운, 한의학박물관을 들러 직접체험을 한다면 건강을 지키는 데 한 몫할 것이다. 금서면 특리 동의보감촌내에 위치하고 있다.

약초와버섯전골 1인 1만5천원. 약초버섯매운탕ㆍ약초버섯맑은탕ㆍ약초된장버섯탕 각 7천 원.

055-973-4479.

자연을 먹다 

   산청군은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 깃들어 있는 대표적 고장이다. 장중한 지리산의 남사면에 위치해 대원사ㆍ내원사ㆍ중산리 등 깊은 골도 품고 있다. 특히 함양을 지나 흘러드는 경호강이 굽이치며 빚어낸 멋진 경관은 말 그대로 산자수명한 산청의 대자연을 이룬다. 지리산과 경호강에서 나는 나물과 야채, 그리고 은어, 피라미에 다슬기 등 자연에서 막 따거나 건져 올린 싱싱한 것들이 산청의 음식문화를 이끈다.

 산청읍  춘산식당

밥상 가득 `지리산 봄소식 풀풀`

▲ 춘산식당의 한정식. 지리산 약초나물을 비롯해 30여 가지의 밑반찬이 나오는데 그 맛이 깔끔하고 정결하다.
30가지 맛깔스런 반찬 차려진 한정식
토속 식재료로 담백하고 개운한 뒷맛

 산청군청 앞 사거리에는 50여 년 간 한정식만 고집해 온 `춘산식당`이 있다. `지리산의 봄을 밥상 가득 올리겠다`는 뜻을 담은 춘산식당의 밥상에는 철따라 나오는 지리산 약초나물을 비롯해 30여 가지의 밑반찬이 나오는데 그 맛이 깔끔하고 정결한 것이 자랑이다.
 춘산식당 대표 메뉴는 한정식이다. 된장콩잎, 가죽나물, 취나물, 더덕구이, 다슬기장조림, 간장 전복장, 은어조림, 재첩무침, 흑돼지양념구이, 문어데침, 인삼튀김, 조기구이, 된장찌개, 시래기국 등 줄잡아 30여 종의 맛깔스런 반찬이 한 상 가득 오른다.
 최근 춘산식당은 새단장을 했다. 50년이 넘도록 음식만 해왔던 `요리의 달인 이순이 할머니가 손자며느리 최은미(37)씨에게 모든 비법을 전수하고 지난해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리산자락에서 발달해 온 50년 전통의 음식맛은 어떠할까. 개별 반찬 마다 독특한 맛이 있지만 대체로 담백하고 개운한 뒷맛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조미료를 덜 쓴 토속 음식 맛이라고나 할까.
 이 집의 특기는 무치고 지지는 것이다. 그중 참기름, 마늘 등 조미료를 아낌없이 써서 무쳐낸 나물은 항상 `더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특히 상차림 최고의 별미로 꼽히는 흑돼지양념구이와 피리ㆍ은어조림은 인기 메뉴다. 경호강에서 수십년 단골 어부가 잡아온다는 피리는 사철 조림으로, 여름 특미 은어조림은 9월까지 내놓는다. 무를 깔고 얼큰한 양념을 입혀 지져낸 물고기의 야들야들한 육질이 별미다.
 한정식의 식단은 계절마다 바뀐다. 철저하게 지리산과 경호강에 의지해 상차림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을철 특미로는 다슬기장조림을 들 수 있다. 여름 한철 잡아둔 다슬기로 장조림을 만드는데, 장맛이 스며든 다슬기의 짭짤 쫀득한 맛에 한 번 입을 대면 자꾸만 손이 간다. 모든 음식에는 간이 충분히 배어 있으면서도 짜지 않아 균형이 절묘하다. 화려하게 멋 부리진 않았지만 정갈하고 우아한 기품이 있는 것이 종가집 종부 같은 맛을 낸다. 
 또 흑돼지 삼겹살을 한번 삶아 거친 기름기를 제거한 후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발갛게 구워낸 흑돼지양념구이 또한 매콤 쫄깃한 게 밥반찬, 술안주로 제격이다.
 밥집의 기본은 `쌀`이다. 이 집은 밥맛 좋기로도 소문이 나 있는데 그 이유는 완전미 비율이 95%이상, 단백질 함량이 6.2% 이하인 `탑라이스`라는 명품 쌀을 사용하기 때문. 간단하면서도 알찬 지리산의 토속맛을 원한다면 비빔밥을 권한다. 비빔밥에는 새하얀 밥에 달걀지단과 각종나물, 다진 쇠고기가 고추장과 함께 얹혀 나오는데, 고명도 고명이지만 쫄깃할 정도로 차지고 단 밥맛이 기막히다.
 한정식(3인 이상) 1인분 1만5천원. 석쇠불고기 2만5천원. 비빔밥 6천원. 산청군 산청읍 옥산리 444-1. 055-973-2804.

 생초면   늘비식당


제대로 된 보양 어탕국수 `마술`

 

▲ 늘비식당의 국수를 먹은 뒤 국물까지 쭉 들이키고 나면 제대로 된 보양식을 한 그릇 먹은 듯 속이 든든하다.
자연산 붕어로 담백하고 얼큰한 맛
칠순 넘긴 어머니의 손맛 묻어 감동

 

 경호강의 맑은 물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파는 일을 하던 아들 조창균(48)씨와 동네에서 손맛 알아주던 어머니 최옥정(72)씨가 15여년 전 함께 가게를 차렸다. 아들이 잡아온 물고기로 어머니가 국수를 만들어 팔고 있는 `늘비식당`이다.
 늘비식당은 어탕국수와 어탕칼국수가 일품이다. 매운탕촌 뒤편 골목길 안에 위치하고 있어 초행길엔 찾기가 다소 힘들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매운탕촌을 찾으면 되니까.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수족관이 반긴다. 매일 잡히는 고기가 다른 까닭에 식당입구 수족관에는 철 따라, 그날의 상황에 따라 물고기 종류가 항상 달라진다. 찾는 이들이 많다보니 물고기도 신선하다. 다양한 종류의 피라미, 참붕어, 미꾸라지 등 민물고기는 다 모인 것 같다. 주방에서 나오는 어탕이 원재료임을 알 수 있다.
 메뉴판도 간결하다. 찜, 메기탕이 있지만 튀김과 함께 먹는 어탕국수와 어탕칼국수가 전부다. 전국 어디에도 이렇게 한 가지 메뉴에 충실한 식당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어탕국수의 첫 맛은 정직함이다. 경호강에서 직접 잡아온 자연산 붕어를 사용하기 때문. 그러나 붕어만으로는 맛이 안 난다. 피라미, 미꾸라지 등 한데 모아 푹 끓여야 제대로 된 육수가 나온다. 생선을 오래 고아낸 후 생선뼈를 발라낸 후 양념을 한다. 된장, 고추장을 베이스로 산초가루, 방앗잎 등 한국의 각종 허브라 할만한 향이 있는 잎과 들깨가루를 넣어 민물생선의 비린 맛을 입맛 당기는 맛으로 바꿔 놓는다. 어머니의 마술이다. 여기에 소면을 넣으면 `어탕국수`, 칼국수면을 넣으면 `어탕칼국수`가 된다.
 `후루룩`국수를 한입 크게 물자 근대잎과 방아잎의 알싸한 향이 은은하게 입안가득 퍼진다. 육수와 같이 끓여 내와도 면발의 쫄깃함이 살아 있다. 국물을 들이켰다. 비릿한 맛이 전혀 없고 담백하고 얼큰하다. 국수를 먹은 뒤 국물까지 쭉 들이키고 나면 제대로 된 보양식을 한 그릇 먹은 듯 속이 든든하다. 거기에는 세월의 무게도 한 몫 했으리라. 칠순을 넘긴 어머니의 손맛엔 삶의 고단함이 묻어 있다. 그래서 가장 진솔한 맛이 난다.
 이집의 또 다른 별미는 메기찜이다. 물론 자연산이다. 그러나 큰 전골에 나오는 메기찜에 메기가 안보인다. 가만보니 온통 깻잎으로 덮여있다. 깻잎에 싸서 먹으면 감칠맛에 질릴 겨를이 없다. 살점을 떼어먹다 보면 처음에는 쫄깃한 듯 하다가 금방 입에서 녹아버린다. 다 먹은 후에 미나리, 버섯, 부추 등을 넣어 밥을 비벼 먹으면 부러울 게 없다.
 어탕국수 6천 원, 어탕칼국수 7천 원. 메기탕 4인분 4만5천원.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267-23. 055-972-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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