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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힘
종교의 힘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1.03.17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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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사회부 부장
 일본국민들이 세계 언론으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다.

 전대미문의 대재앙을 당하고도 극단적일 정도로 침착하고 질서있게 대응하고 있는 일본인으로부터 ‘인류정신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극단적일 정도로 침착했던 일본인들’이라고 전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도쿄에서 수백명이 광장으로 도피하는 중에 남성은 여성을 도왔고, 길에는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했다.

 모든 것이 부셔졌고, 쓸려나간 가운데서도 TV속의 일본인들은 통곡보다는 냉철함, 절망과 원망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이성적 성숙함을 보여줬다. 수백미터씩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 하나 없고, 사재기는 커녕 나눠쓰는 일본인에게서 인간의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그런 일본에 향해 우리나라의 한 목회자가 “하나님의 경고”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목회자는 인터넷 매체 뉴스미션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재앙은 )일본이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물질주의로 나간 것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했다는 것이다.

 공격적 선교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우리나라 기독교로서는 유독 기독교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일본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일본사람들은 집집마다 신당을 만들어 놓고 조상신을 모신다. 신도(神道)라고 하여 자연이나 조상을 숭배하는 고유종교로 신사(神社)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발달돼 있다. 1억3천여만명의 인구중 불교가 8천400여만명, 신도가 9천200여만명이고 신.구교 인구는 80여만명 밖에 안된다.

 일본은 일본 나름의 문화가 있다. 일본인에게 기독교를 믿어라고 요구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슬람을 믿어라고 요구하는 것과 별반 다름 아니다.

 한국의 기독교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해 왔다. 그 힘은 초기 기독교의 헌신과 희생, 소명의식에서 왔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기독교 인구로 잡혀 있다. 국교가 없는 나라에서 이 정도는 엄청난 일이다.

 최근 종교계가 구설에 휘말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정권퇴진 발언까지 나왔다. 새삼 종교계의 힘을 절감한다.

 종교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교리도 중요하겠지만 종교지도자와 종교인들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종교를 키우고 전파하는 사람은 이들의 몫이다. 그래서 기독교가 이만큼 성장했고 힘을 가지게 됐다. 그 힘을 지키고 살을 찌우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힘이 넘칠 때 자제하는 지혜가 필요함은 종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세속적 이해에, 종교적 이해에 관여할 수록 반발력도 커진다. 청빈과 봉사, 희생과 절제가 바탕이 된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라는 점은 한경직 목사, 성철스님, 김수환 추기경의 예에서 우리는 익히 목도했다.

 우리는 평소 쥐어뜯고 싸우다가도 상대방이 죽고 나면 애도하고 슬프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배웠다. 죽은 이를 향해,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경고”, “천벌” 운운하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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