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5:48 (금)
꽃보다 더 유혹하는…
꽃보다 더 유혹하는…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1.03.22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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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한 열 사회부 부장
 유혹은 사람의 눈으로 들어온다. 그만큼 시각에 상이 맺히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성경에 나오는 첫 사람인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래서 평소 동산 중앙에 서 있는 선악과나무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사탄이 찾아와 하와의 귀에 대고 선악과를 먹으면 하나님 같이 될 것이라고 속삭였다. 그 말을 듣고 바로 눈이 선악과나무에 꽂혔을 때, 선악과가 어제와 달리 보기에도 너무 예쁘고 먹기에도 탐스러워 보였다. 한 번 눈이 유혹에 물들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창원시 상남동상업지구는 밤이 되면 길바닥과 주차된 차량 유리창은 광고지로 도배된다. 불법 광고전단지의 유해성을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지만, 낯 뜨거운 명함형 전단지를 아이들이 볼까 마음 졸이며 걸어야 하는 곳이 경남 중심지 창원 상남동의 현주소다.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한 번씩 단속을 하지만 그 효과는 ‘새 발의 피’다. 상남동이 환락의 거리가 된 것은 창원시의 책임이 크다. 창원의 중심에 문화가 넘실대는 거리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줘도 모자랄 판에 밤마다 쏟아지는 ‘유혹의 안내장’에 남심(男心)들이 흔들리는 걸 두고 남자만 탓할 일도 아니다.

 지난해 7월부터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대적인 불법 유해전단지 단속을 벌여 큰 성과를 거두었던 강남구가 다시 단속에 들어갔다. 그동안 잠잠했던 전단지 살포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인데 강남구는 단속기간에만 반짝 효과가 있는 일시적인 단속 대신 행정력을 총동원해 연중 단속을 벌인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독버섯 같은 유해 전단지는 한두 번 단속으로 사라질 수가 없다. 유해 전단지는 뿌리가 마를 때까지 계속 단속해도 비가 오고 난 후 다시 고개를 쳐드는 죽순과 같다. 유해 전단지는 단순히 낯 뜨거운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끝없는 유혹으로 추락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고, 어른들에게는 가정을 파괴시키는 전주곡이 될 수있다. 그래서 창원시는 전 행정력을 동원하더라도 지속적인 단속을 펴 유해 전단지가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유해 전단지는 꼭 사라져야 할 사회악이다.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3등 시민으로 추락시키는 주범이다. 창원 대기업을 다니는 김모 부장은 바이어를 접대하려고 시내를 나가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그나마 상남동에 있는 괜찮은 술집에서 바이어를 접대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술자리에서 일어서는 늦은 시간에 엘리베이터 안에 널려 있는 명함형 전단지 때문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한다. 다시 밖으로 나오면 한 술 더 떠 거리에 쌓여 있는 광고지에 자괴심마저 든다고 김 부장은 말한다.

 유해 전단지를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건 시민의 격을 올리자는 제안이다. 그리고 상남동을 명실공히 경남의 문화 1번지로 되돌리자는 바른 소리다. 우리 발밑에 굴러다니는 유해 전단지를 보고는 어떤 자부심도 일어날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런 유해 전단지가 버젓이 주택가에서도 유혹하고 있어 단속이 급할 수밖에 없다.

 봄을 맞아 시샘하듯 필 꽃들의 유혹보다 화려하다 못해 낯까지 붉히게 만드는 유해 전단지의 유혹이 우리 삶을 파고드는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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