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2:57 (목)
신정아와 장자연
신정아와 장자연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1.03.27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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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영 호서울지사 부국장 겸 정치부장
 최근 `성(性)스캔들`로 언론매체의 지면을 핑크빗 또는 황색으로 물들이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두 사람이 있다.

 한명은 소속연예기획사의 강요된 성상납을 못견뎌 비리를 폭로하고 자살의 길을 선택한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이고, 또다른 한명은 학력위조 등 사기혐의로 감옥에 들어갔다가 최근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 발간을 통해 우리사회의 부도덕한 성(性)윤리를 서슴없이 폭로한 신정아씨이다.

 두 사람 모두 그 상대가 정치인,기업가,금융인,언론인 등 이른바 사회 유력지도층 인사였다는 점에서 일견 공통점이 있는듯 하지만 이를 사회에 폭로하게된 방식이나 계기, 사회적 평가나 반향 등은 사뭇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장자연씨의 경우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과 비통함을 세상에 알리는 동시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편지형태로 우리 사회의 추악성을 낱낱이 고발했으나 정작 그의 죽음은 고단한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철부지 연예인의 뻔한 선택쯤으로 매도되고 말았다.

 아울러 일명 `장자연의 악마리스트`라고 불리웠던 대상자들은 `익명의 우산`속에 가려져 결국 사건의 실체규명은 고사하고 편지의 진위여부만을 가린 채 차츰 우리의 뇌리속에서 유야무야 사그라져 가고 있다. 반면 오뉴월의 서릿발같은 `복수의 화신`으로 되돌아온 신정아는 보통여자라면 감추고 싶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인 감옥소 수형수 번호 `4001`을 대담하게 책제목으로 내세우면서 자신과 관계했던 숱한 남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그들과의 적나라한 일화들을 거침없이 까발려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두 여자가 관련된 성추문 사건 모두 `남자는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배웠거나 못배웠거나 다 똑같은 속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면서 그동안 우리사회에 팽배돼왔던 무디고 관대했던 남성 편의주의적 성(性) 윤리관행에 섬뜻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또한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세상속에 살면서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뚱아리와 치부를 언제든지 내던지고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의 덫에 걸려 마침내 파멸해가는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는 듯한 느낌도 언뜻 지울 수가 없다.

 아울러 한편으로는 `부도덕하고 지저분한 처신` `노이지 마케팅`이라고 욕하면서도 발간된지 하루 만에 베스트셀러로 둔갑하고, 신씨가 입은 T셔츠가 인터넷쇼핑몰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는가하면 앞으로 `신정아 게이트`가 영화화돼 신정아씨가 돈방석에 앉게됐다는 소식은 우리사회의 이율배반성과 천박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두 여자가 연루된 사건을 여전히 선정주의적 시각에서 앞다퉈 보도하면서 말초적인 흥미거리로 확대재생산해내는 일부 언론의 관음주의적ㆍ옐로이즘적 보도태도는 그야말로 구제불능이란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앞서 언급한 두 여성은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이슈를 비록 다른 수단과 방식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그들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여자는 결코 성노리개가 아닌 생명의 존엄성을 지닌 인간임을 잊지말아야 한다`는 교훈앞에서 이 땅의 국가 권력자 및 사회지도층들은 피의자 신분으로 참회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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