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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맞게 `엘레지` 계보 이을래요"
"시대 맞게 `엘레지` 계보 이을래요"
  • 승인 2011.03.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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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4년 만의 미니음반 `엘레지 누보` 발표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ㆍ32)가 1997년 여고생 가수로 등장해 1집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한 지 올해로 15년 째다.

 당시 나이답지 않은 원숙한 가창력으로 1집을 80만 장 이상 팔아치운 그에게 가요계가 거는 기대는 컸다. 이른바 잘 나갈때 과감히 미국 버클리음대로 유학길에 오른 그의 `음악 욕심`도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양파의 음악 보폭은 잰걸음이 되지 못했다. 2007년 6년 만에 5집을 냈고 다시 4년 만인 오는 31일 미니음반 `엘레지 누보(Elegy Nouveau)`를 발표한다.

 긴 공백은 외적인 음악 환경이 순탄치 않았음을 뜻한다. 2001년 4집 이후 전 소속사와 전속 계약 문제로 6년을 보냈고, 다시 둥지를 튼 소속사의 경영 악화로 새 소속사로 옮기며 4년을 보냈다.

 지난 27일 인터뷰 한 양파는 "음악하는 시간보다 외적인 환경을 견디는 시간이 길었다"며 "난 여자, 이은진의 삶보다 양파로서의 삶이 중요한데 그게 치이고 밟히는 상황이 계속돼 이젠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잊혀지면 어떡하나`란 불안감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이 시간들이 내게 밑거름이 될 거란 믿음은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30대가 돼 내는 첫 음반이다. 5집 때 호흡을 맞춘 작곡가 김도훈을 `멘토` 삼아 2년에 걸쳐 작업했다. 김도훈의 도움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골라 입었다고 한다.

 "한때 양파란 이름이 부끄러워 어렵고 고급스러운 음악을 고집했어요. 어린 시절 소속사가 `뽕 발라드`를 시키고, 이적 선배가 `넌 심수봉 선배 계보`라고 말하는 게 싫은 적도 있어요. 30대가 돼서야 심수봉 선배님의 음악적 깊이를 알게 됐고 이제 제 장점을 외면하지 않고 대중에게 편히 다가서게 됐어요"

 음반 제목이 `엘레지 누보`인 것도 이미자, 심수봉 등 `엘레지 가수`의 계보를 이어 지금 세대의 엘레지를 담당하겠다는 의미다.

 "가수가 갖고 태어나는 운명은 목소리인데 나이가 들면서 비가(悲歌.Elegy)에 어울리는 제 호소력이 자랑스럽고 좋더군요. 제 음색엔 팝적인 요소도 강한데, 시대가 변하면서 `뽕 끼`와 `엘레지`의 성격도 바뀌니 전 지금 시대에 맞게 엘레지를 이어가고 싶어요"

 김도훈이 작곡한 타이틀곡 `아파 아이야`는 동양적인 멜로디의 팝 발라드로, 구슬픈 음색에 떠난 연인을 향한 미련의 정서가 담겼다.

 또 양파의 자작곡 `그때 그 사람`은 스윙, 재즈, 록을 과감히 섞었지만 심수봉을 향한 오마주 곡이다.

 "심수봉 선배님 노래를 죽 듣는데 당시의 언어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때 그 사람` 가사에 `사랑밖엔 난 몰라` `당신은 누구시길래` `젊은 태양` `눈물의 술` 등 선배님 노래 제목들을 넣어봤죠" 그러나 음반 제목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음악적인 실험도 했다. 빅밴드 사운드의 듀엣곡 `본 아뻬띠`를 직접 작곡해 비스트의 윤두준과 함께 노래했다.

 그는 이번 음반을 작업하며 대중의 선입견으로 인한 스트레스, 음악적인 열등감, 가창력과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린 자신을 돌아봤다고 했다.

 "김도훈 씨가 제게 `넌 언제나 파랑새를 좇는다`고 하더군요. 높고 절대적인 가치를 좇는데 그것에 도달하지 못해 스스로를 괴롭힌다고요. 성격 탓인 것 같아요. `나는 가수다`를 보며 제가 과연 한 사람의 눈에 눈물 한방울을 떨어뜨릴 가창력인지 고민해요. 무식한 것 같아 인문학 공부도 하고 싶고 외모 콤플렉스도 여전해요"

 이제 아이돌 그룹 틈바구니에서 활동해야 하니, 10대에 데뷔한 그로선 아이돌을 바라보는 생각도 남다를 터.

 "얼마 전 고교생인 아이유와 KBS 2TV `해피투게더 3` 녹화를 했는데 절 `그 시절 아이유`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의 아이돌은 완성도가 훨씬 높아요. 전 빅뱅 같은 친구들이 세계로 뻗어가며 가요계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해요. 전 그들만큼 `센 사람`이 아니니 경쟁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시간의 흐름을 순순히 받아들인 그는 대신 오랜 시간 지지해준 팬들을 헤아리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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