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4:34 (금)
토박이들도 줄서는 소고기 국밥
토박이들도 줄서는 소고기 국밥
  • 최경인 기자
  • 승인 2011.03.30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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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소문난 전통 … 한 가마솥만 끓여


함양의 맛

 지리산 둘레길에 봄바람을 타고 온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함양은 남으로는 지리산, 북으로는 덕유산을 끼고 사방으로 해발 1천m 이상의 산이 15곳이 있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주말이면 여느 산 할 것 없이 관광차가 주차장을 가득 메운다. 관광객들의 입맛을 잡기위해 원조, 맛집을 자청하며 곳곳에 식당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함양 맛집 5곳을 1박2일동안 순례했다.

 함양읍 용평리 대성식당

▲  "함양에 가서 소고기 국밥도 안 먹고 왔냐"는 소리를 듣기 싫으면 꼭 먹어 봐야할 대성식당 소고기국밥.

토박이들도 줄서는 소고기 국밥

함양서 소고기국밥도 못 먹어봤냐는 그 집
50여년 소문난 전통 … 한 가마솥만 끓여

 함양시내에서 조금 한적한 곳에 한옥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대를 뛰어 넘은 `대성식당`이 있다. 마루에 테이블 2개 작은 방 2개, 큰 방 1개, 아랫방 2개에 총 테이블 9개를 갖추고 있는 낡은 가게.
 이 곳에서 50여년동안 터를 잡고 소고기 국밥집을 해 오고 있는 전통적인 식당이다.
 지금도 이 씨 할머니(84)가 손수 주방에서 국밥을 젓고 계시며 조카딸 두 명이 한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다. 국은 한 가마솥만 끓인다. 장사가 끝나는 시간도 정해진 바 없다. 국이 떨어질 때까지, 혹시 갑자기 고급 손님이 예약 없이 몰려와 소고기 수육을 많이 시키면 그날은 그것으로 장사 끝이다.
 이런 거 저런 거 따지면 못 먹는 국밥이 이 집 국밥이다.
 "함양에 가서 소고기 국밥도 안 먹고 왔냐"는 소리 듣기 싫으면 꼭 먹어 봐야한다. 소고기 국밥 7천원, 수육 대 3만5천원ㆍ중 3만 원.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 842-1번지 삼일탕 맞은편. 055-963-2089.

 함양읍 용평리 제일식당

▲  40년 전통의 기막힌 국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제일 식당의 짬뽕.

40년 전통 기막힌 짬뽕 맛

할머니ㆍ할아버지가 선보이는 중화요리의 진수  
혀 끝이 그 맛을 기억하는 곳  …  점심 장사만

 `제일식당`에 갈 때 양이 적다고 타박하거나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보채면 안가는 게 낫다. 그래도 이집 짬뽕ㆍ자장맛 보겠다고 인근 거창ㆍ산청ㆍ진주에서까지 4천원짜리 점심 한 끼 먹으러 온다.
 이 가게 주방에는 60대 후반의 할머니 한 분, 70대 할아버지 두 분이 일한다. 홀에 70대 할머니 한 분, 배달은 60대 할아버지다. 혹시 할머니가 손님 온 순서를 깜박하면 점심때 들어와서 해질 무렵에 나갈 수도 있다. 장사는 점심 장사만 하고 혹시 주방장이 아프거나 하면 문을 닫을 때도 있지만 오후 12시 10분전이나 1시 이후에 가면 조금만 기다렸다가 40년 전통의 기막힌 짬뽕 국물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일단 음식이 나오면 기다림이 헛되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일반 중국집의 시뻘건 국물의 짬뽕은 머릿속에서 잊혀지게 된다. 자장면 또한 춘장의 깔끔한 맛에 매력적이다. 맛을 보고 나면 중화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고 이와 동시에 혀끝이 그 맛을 기억하고 생각나게 만들어 다시 찾게 된다.
 다른 중화요리도 솜씨가 뛰어나나 주문은 받지 않는다. 여러 음식이 주문되면 음식에 신경을 쓸 수 없음은 물론 면은 시간과 온도의 차이에서 맛이 다르기에 하는 수 없이 면 종류만 취급한다고 한다. 짬뽕 4천원, 자장면ㆍ우동 3천500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 055-962-2978.

추성계곡의 자연 맛

 함양의 맛을 소개하려 한다면 지리산 둘레길의 3구간에 속해있는 추성계곡의 맛 집들을 빼놓을 수 없다.

 

 마천면 칠선산장

 

▲ 칠선산장 산채정식에는 곰취, 고사리, 다래순, 취나물, 곤드레, 오갈피순, 얼레지, 미역취, 석이버섯, 삿갓대, 금낭화 등 11가지가 기본으로 나가며 계절에 따라 나물이 추가된다.

비빔밥 정석을 만나다 

 

주인장의 장인정신이 깃든 11가지 나물
계곡 물 소리와 산사 염불소리가 어울리는 곳

 `칠선산장`에 가면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나물들은 말려 뒀다가 밥상에 올린다. 주인은 이 골짜기에서 석이버섯을 캐는 2명 중에 한 명이다. 석이버섯은 바위표면에 기생하는 버섯으로 오랜 경험이 있어야 캘 수 있으며 산의 지형에 대해 확실한 자신이 없으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이 집 주인을 비롯한 7남매 중 6명이 이 골짜기에서 식당을 하거나 펜션을 하며 먹고 살고 있으니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칙을 고수한다.
 많은 메뉴가 있지만 주인의 장인정신이 깃든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이 일품이다. 산채정식에는 곰취, 고사리, 다래순, 취나물, 곤드레, 오갈피순, 얼레지, 미역취, 석이버섯, 삿갓대, 금낭화 등 11가지가 기본으로 나가며 계절에 따라 나물이 추가된다. 산채비빔밥에는 9가지의 나물이 나간다.
 추성계곡을 진입해서 한참을 올라오면 서암정사, 벽송사와 추성계곡으로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에 가게 하나가 있다. 칠선산장이다. 계곡의 물소리와 산사의 염불소리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곳으로 민박도 같이하고 있다. 산채 비빔밤 7천원, 산채정식 1만5천원.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055-962-5630.

 

 마천면   추성산장

 

▲ 추성산장의 옻닭. 옻과 닭 육수로 어우러진 국물 맛이 일품이다. 일년 중 봄에 옻닭을 먹으면 겨울에 움츠린 몸속의 나쁜 기운을 해독한다.

 

옻닭으로 옻음식 최고봉 우뚝

지리산 선물 마천 옻과 닭 어우러진 국물 일품
약초술ㆍ밑반찬, 미식가 입맛 돋구기 충분

 지리산의 청정 자연이 주는 선물 중에 하나인 마천 옻은 질과 효능에서 최고로 꼽힌다. 칠선계곡에서 40여년간 운영되고 있는 `추성산장`, 이 곳에서 옻을 이용한 음식 중 최고봉 옻닭을 만든다. 이 집의 옻닭은 예약손님에게만 선보인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계곡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감상하며 2시간 가량 기다려도 상관없다.
 먼저 옻을 한 시간 가량 끓인 후 다시 이 국물에 토종닭을 넣고 한 시간을 더 달여 낸다. 잘 고아진 닭고기도 씹는 제 맛이 있지만 옻과 닭 육수로 어우러진 국물 맛이 일품이다. 일년 중 봄에 옻닭을 먹으면 겨울에 움츠린 몸속의 나쁜 기운을 해독하며 옻 국물을 먹고 수면을 간단하게 취하면 몸에 더욱 좋다고 한다.
 특히 주인 할머니는 약초꾼이다.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산나물은 물론 약초로 술을 담가 손님에게 제공한다. 주 음식과 나오는 밑반찬 또한 미식가의 입맛을 북돋기에 충분하다. 더덕무침, 도토리묵, 곰취, 취나물, 고사리 무침과 함께 반주로 나오는 술맛은, 한 마디로 끝내준다.  옻닭 4만 원.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055-962-2422.

 

 안의면 원조 갈비집

 


갈비탕 명문 안의면 `맛 원조`

 

 함양군 안의면은 갈비탕으로 유명하다. 5천여명이 사는 작은 면이지만 주말이면 시내가 시끌벅적하다. 안의면에는 원조를 내건 식당 3곳을 포함한 7곳의 갈비탕 집이 있다. 이 동네 사람들도 헷갈리는 원조다. 갈비탕 집을 처음 운영하던 집에서 주방 일을 보던 아주머니, 며느리, 딸 들이 원조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민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맛이 끝내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경쟁업체가 자꾸 생기다 보니 서비스도 한층 좋아졌다. 불과 몇 년 전 한 두 집이 있을 때는 장사가 너무 잘돼 손님이 상을 들고 가서 밥을 먹어도 나갈 때는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을 정도라고 한다. 한우를 72시간 푹 고아서 우려낸 갈비탕 국물은 원기회복에 그만이다. 한우갈비탕 9천원. 갈비찜 대 5만 원ㆍ중 4만 원.

 

최경인 기자  kichio@k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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