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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생들이 민초와 나눴던 가짜 제삿밥
유생들이 민초와 나눴던 가짜 제삿밥
  • 경남매일
  • 승인 2011.04.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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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과 함께 해산물 듬뿍… 조미료ㆍ고추장 일절 안써

진주의 맛

 진주는 경남 지역에서 가장 푸짐하고 맛깔스럽게 음식을 차려내는 곳이다. 예로부터 진주하면 전통문화와 음식을 손꼽는다. 그중 진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진주비빕밥, 진주 냉면, 진주 헛제삿밥 등이 있다. 

 금산면 진주헛제삿밥

▲ 진주의 헛제삿밥에는 여러가지 나물과 함께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다. 화학 조미료와 고추장을 일체 쓰지 않는다.

유생들이 민초와 나눴던 가짜 제삿밥

나물과 함께 해산물 듬뿍… 조미료ㆍ고추장 일절 안써
바라보기만 해도 배 불러오는 또 하나의 전통 예술품

 진주 헛제사밥에는 해산물이 뜸뿍 들어간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예로부터 음식 하면 맵고 짜고 가지 수도 몇 되지 않는 경상도 음식보다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하고 맛깔스럽게 차려져 나오는 전라도 음식을 손꼽았다.
 이는 경상도에는 전라도 곳곳에 널려 있는 드넓은 평야가 거의 없고, 봉우리가 높고 계곡이 깊은 산이 많은 탓일 수 있다.
 게다가 야트막한 산을 개간해 그렇게 겨우 지은 농작물을 양반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깡그리 수탈까지 해 갔으니 경상도 민초들에게 먹거리는 늘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또 그 때문에 경상도 민초들은 산나물이든 콩잎이든 채소든 일단 먹거리가 생기면 아껴 먹고 오래 먹어야 했다. 경상도 음식이 짜고 매운 것도 아마 이 때문이었다고 어림짐작된다.
 하지만 경상도 음식이라고 해서 다 그렇게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경상도에서도 음식 하면 전라도 음식 못지않게 푸짐하고 맛깔스럽게 차려내는 곳이 진주다. 예로부터 진주 하면 전통문화와 음식을 손꼽는다. 그중 진주를 대표하는 네 가지 음식은 진주비빕밥, 진주 냉면, 진주 헛제삿밥, 진주 교방음식이다.
 특히 진주의 헛제삿밥은 여러 가지 나물만 들어가는 안동 헛제삿밥과는 달리 여러 가지 나물과 함께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다. 안동 헛제삿밥은 따로 따로 그릇에 담겨 나오지만 진주 헛제삿밥은 한 상에 같이 차려져 나온다. 화학 조미료와 고추장을 일체 쓰지 않는다는 것도 진주 헛제삿밥만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숨겨진 맛이다.
 진주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진주 헛제삿밥은 조선 시대 유생들이 밤늦도록 글을 읽다가 배가 출출해지자 꾀를 내어 만든 음식이라고 합니다. 배는 고프고, 밤늦게 음식을 만들게 되면 그 냄새가 이웃에 풍겨 가난한 서민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는 거죠. 그때 유생들이 실제로는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제사를 지냈다며 이웃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나눠 먹은 음식이 헛제삿밥의 원조입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진주헛제삿밥을 제공하는 곳이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에 있는 `진주헛제사밥`집이다. 이 집 주인 이명덕(59)씨는 "20여 년 앞 어머니가 하시던 것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고 귀띔한다.
 이 씨는 "20명 이상 단체로 오면 한 사람 당 1만5천 원씩을 내고 진주 헛제삿밥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라며 "헛제삿밥 만드는 설명을 30분 정도 들은 뒤 손님들 스스로 준비된 재료로 헛제삿밥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진주 헛제삿밥은 음식이지만 또 하나의 전통 예술품이다. 아름답다. 음식이 아니라 무슨 예술품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듯하다. 

▲ 집에서 손으로 직접 빚었다는 막걸리는 노르스럼한 빛깔이 참 곱다. 누룩내가 훅 풍기는 맛도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다.
 집에서 손으로 직접 빚었다는 막걸리의 노르스름한 빛깔이 참 곱다. 표주박으로 막걸리를 떠내 묵직한 금빛 놋그릇에 담아 입에 대면 말 그대로 꿀맛이다. 달착지근하면서도 톡 쏘는 맛에 흙내음 같은 게 물씬 풍긴다. 이어 일곱 가지 나물이 담겨 있는 놋그릇에 밥과 탕수를 넣고 쓰윽쓱 비비자 절로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간다.
 헛제삿밥을 한 입 가득 입에 넣고 기분 좋게 씹다가 꿀꺽 삼킨 뒤 떠먹는 탕수국 맛도 입 속을 몹시 깔끔하게 만든다.
 틈틈이 마시는, 누룩내가 훅 풍기는 막걸리 맛도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다. 묵직한 놋 젓가락으로 막걸리 안주 삼아 집어먹는 육전과 서대전, 쇠고기 꼬지조림, 각종 전과 떡 등도 저마다 독특한 빛깔과 맛을 뽐낸다.


진주 양대 별미

 진주의 양대 별미 냉면과 비빔밥. 두 음식 모두 진주만의 독특한 방식과 맛을 지녀 진주를 똑바로 알려면 꼭 먹어봐야 한다. 먼저 선홍빛 육회가 넉넉하게 올라앉은 진주비빔밥, 고소하게 씹히는 육전이 일품인 진주냉면이 기다린다.

 

 중앙시장 내   진주냉면

▲ 진주냉면은 지리산 인근의 풍부한 밀가루와 메밀, 풍요로운 식재료들이 결합해 탄생했다. 가볍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조선시대 권번가에서 야식으로 즐겨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북한도 인정한 `진주랭면` 아시나요 

 

진주 권번가에서 야식으로 먹던 고급 음식
계란 입혀 구워낸 우둔살 고명으로 든든

 냉면의 계절 여름이 코 앞이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 생각난다. 아쉽지만 냉면으로 이름 깨나 난 집들은 거의 다 서울에 있다. 하지만 서울 맛 빰치는 진주냉면이 진주에 있다.
 냉면 하면 `평양`이나 `함흥`인데, 진주냉면이 맛이 있을까? 모르시는 말씀이다. 북한에서 출간된 `조선의 민속전통`이란 책에는 `랭면 가운데 제일로 여기는 것이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기생을 관장하는 권번(券番)이 진주에 있었다. `북 평양 남 진주`라고 불릴 만큼 진주 기생은 조선 팔도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진주 기생의 가무는 조선 제일이었단다. 진주냉면은 지리산 인근의 풍부한 밀가루와 메밀, 풍요로운 식재료들이 결합해 탄생했다. 진주냉면은 가볍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조선시대 권번가에서 야식으로 즐겨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1966년 진주 중앙시장에 큰 불이 나며 진주냉면의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재개업한 곳이 부산식당(부산냉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현재의 `진주냉면` 이다.
 왜 이름이 부산식당일까. 부산은 서울보다 가깝고, 큰 도시였다. 부산을 동경해서 이름을 붙였단다. 창업주 황덕이(83) 할머니는 이곳에서 여전히 진주냉면을 만들고 있다.
 진주냉면 맛을 보려면 진주나 부산에 와야한다. 황 씨의 직계 가족만이 하는 진주냉면이 진주에 5곳, 사천 1곳, 부산에 2곳 등 전국에 8곳만 있기 때문이다.
 푸짐한 재료와 해물육수의 감칠맛이 나는 진주냉면에는 물냉면, 비빔냉면, 또 `물비빔`이란 게 있다.
 진주냉면의 고명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이 육전이다. 육전은 우둔살에 밀가루를 약간 발라 계란을 입혀 구워냈다. 어떤 이는 "냉면과 육전은 참을 수 없는 언밸런스"라고 불평을 한다.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육전과 편육이 주는 든든함을 좋아한다. 고소하게 씹히는 육전의 맛이 좋다.
 물과 비빔을 섞은 `물비빔`이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 진주냉면을 처음 접한다면 무난한 물비빔이 괜찮다. 하지만 진주냉면의 진정한 매력은 해물육수 맛이 제대로 나는 물냉면에 있다. 진주냉면은 특이하게도 마른 홍합, 새우 등 해물 10여 가지가 들어간 해물육수로 만든다.

 

 중앙시장 내   천황식당ㆍ제일식당

▲ 진주비빔밥은 선짓국을 함께 내놓는다. 비빔밥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까지 두루 보완해 완전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진주대첩 애환 밴 진주비빔밥

해산물 육수로 촉촉함에 갖은 양념 더해
선짓국 함께 내놓아 영양까지 두루 보완

 사람들은 비빔밥하면 전주비빔밥을 떠올린다. 항공사 기내식은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전주비빔밥은 비빔밥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하지만 진주에 가면 진주냉면과 더불어 유명한 진주비빔밥이 있다.
 진주비빔밥의 유래는 두가지 설이 전해져 온다. 하나는 다섯가지 나물과 육회, 고추장을 올려 일곱가지 색상이 아름다운 꽃 모양으로 하고 있다고 해 칠보화반이라고 불리며 궁중에서 즐겨먹었다는 설.
 두번째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 싸움에서 민간 부녀자들이 싸움중인 군관들을 위해 밥을 지어 나를 때, 밥과 반찬을 따로 나르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밥 위에다 각종 나물을 얹고 영양보충을 위해 쇠고기를 넣었던 것이 또 하나의 유래라고 한다.
 진주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주비빔밥의 유래로 후자를 꼽고 있다. 임란 3대 대첩중의 하나인 진주성 싸움이 이곳에서 벌어졌고, 논개가 왜장과 함께 뛰어내린 의암이 이곳 진주남강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비빔밥은 사골국물로 밥을 지어 각종 계절나물들을 잘게 다져 올린 후 해산물을 넣고 끓인 육수를 끼얹어 촉촉함이 배어있고 갖은 양념을 한 육회와 고추장을 올리는데 진주비빔밥에는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진주비빔밥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선짓국을 함께 내놓는 것이다. 선지와 소 내장에 무와 콩나물 등을 넣고 끓여 얼큰하고 개운할 뿐 아니라 비빔밥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까지 두루 보완해 완전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혹시 육회를 못 먹는 사람을 위해 쇠고기를 익혀서 주기도 한다.
 진주시내에 비빔밥을 하는 곳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앙시장에 위치한 `천황식당`과 `제일식당`이 대표적이다.
 천황식당은 1920년대에 시작해 지금까지 3대째 운영하는 전통 깊은 곳으로 한국전쟁 직후에 지은 단층 건물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전통 비빔밥의 맛을 더해준다.
 중앙시장 안에 위치한 제일식당도 많은 사람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자주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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