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9:59 (금)
9구단 창단 앞으로가 문제다
9구단 창단 앞으로가 문제다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1.06.30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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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창원취재본부 부장
 창원시와 엔씨소프트가 체결한 프로야구9구단 창단업무협약이 우여곡절 끝에 창원시의회에서 통과됐다.

 한차례 상임위에서, 또 한차례는 의장이 상정하지 않아 두차례나 연기됐던 협약안 동의건은 21명의 반대의원들이 집단퇴장하면서 표결의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기는 했으나 뒷맛은 좋지 않다.

 이런 사태가 빚어지게 된 원인은 프로야구단 유치를 밀실에서 추진할 때부터 잉태됐다고 볼 수 있다. 프로야구단 유치에 대한 여론수렴이나 시민적 합의과정이 없었고, 어느날 갑자기 창원시가 한국야구위원회와 프로야구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고 공표, 기자들조차 당황스럽게 할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때라도 신규야구장 건립이나 야구단 유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과 의회의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반대한 의원들이 주장하듯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구장 건립을 의회와 상의도 없이 지어주겠다고 KBO와 엔씨소프트에 약속해 놓고 동의해 달라니 의원들의 심사가 좋을 리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일방독주 행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게 솔직한 느낌이다. 이번 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의원들과의 전체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박완수 시장은 독주행정을 지적하는 의원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독주인지 모르겠다. 독주할 생각도 없지만 독주 안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동의안처리에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견된 자리에서 이런 발언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사실 전체의원간담회에 앞서 시에서는 표결처리와 통과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먼저 감돌았다. 협조를 당부한다기보다 시의 방침이 이러니 이해하라는 식으로 보였다.

 두차례 동의안 처리가 연기되는 과정에서도 반대의원들의 논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궁금증을 해소하는 노력도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시로서도 뭔가 내놓을 만한게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대의원들이 주장하는 입지, 구장형태, 사업비, 국비확보 방안 등 구체적 사업계획을 내놓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던 것이다. 그럴려면 1년은 족히 걸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반대의원들의 논리에도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하니 일일이 설득하기 보다는 강행처리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진짜 의회와의 전쟁은 앞으로 창원시와 엔씨소프트 간에 체결할 세부 협약과정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일단은 수로 밀어부치기에는 성공했지만 입지, 사업비, 구장형태, 국비확보, 엔씨소프트의 구장건립비 부담 규모와 부담의 성격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동의안처리과정에서 시가 일일이 의회에 보고하고 협의할 것을 약속한데다, 동의안 처리에는 참가했지만 세부협약에 있어서는 반대의원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시민의 70.5%가 새야구장보다는 현 마산야구장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돼 의회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새야구장을 짓기위해 동의안을 강행처리한 시의 입장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게 됐다.

 앞으로의 험로는 동의안을 처리하는 본회의장에서 이미 예고됐다. 반대의원들의 집단퇴장을 이끈 김종대 의원은 “의원들의 정당한 지적을 여론을 동원해 압박하고 창단이 취소될 것처럼 협박하는 독주행정을 막아야 할 의장이 특정정당관계에 휘둘려 공정하지 못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향후 의사일정에 무한 책임을 경고하고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결의에 찬 선언을 했다. 향후 의정활동에 있어 정파간 입장차가 주요 잣대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시는 의원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의원들은 시민의 기대가 무엇인지 정확히 읽고 합리적 비판과 대안을 제시한다면 전쟁이 아닌 논의가 될 수도 있다. 선택은 시와 의원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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