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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4.0
자본주의4.0
  • 오태영
  • 승인 2011.09.21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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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창원취재본부 부장
빈부격차 줄이는 복지나
세금ㆍ기부문화 혜택 아닌
사회적 시스템으로 해결

 최근 공존과 상생을 부르짓는 자본주의 4.0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기존의 자본주의가 효율성을 무기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자본주의4.0은 이런 틀을 깨고 서로를 배려하는 자본주의, 온정이 있는 자본주의를 부르짖는 개념이다. 자본주의 생태계를 바꾸려는 이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전력을 다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을 거대기업이 유사제품을 개발해 판로를 막다 헐값으로 기업을 사들이거나, 동네골목까지 거대자본이 침식하는 상황에서 상생과 공존이 설 자리는 없다. 정규직 귀족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는 묻히기 십상이다. 은퇴자들의 노하우가 평가받지 못하고 젊은이들의 구직난 해결이 한낱 구호로만 그칠 때 상생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최근 매우 놀라운 노사합의를 했다. 기본급 9만 3천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00%+400만 원, 협상타결 일시금 300만 원, 근속수당 5천원 인상 및 통합조정수당 1천800원 인상, 주식 30주 무상지급 등이다. 이 합의로 평균임금이 9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회사측은 내용면에서 역대 임단협 교섭 사상 최대 금액이라고 했다. 최근의 놀라운 실적이 반영된 결과이긴 하나 논의 과정에서 협력사의 희생이 거론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노조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관행이 자리를 잡으면서 귀족노동자 지위가 상속되는 상황에서 보통사람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세상에 절망하거나 분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돈잔치를 벌이는 와중에 인피니트 헬스케어, 카카오톡, CBS바이오사이언스 등 소프트웨어 개발로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뚫은 벤처기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벤처기업가의 도덕적 해이와 대기업들의 흡수로 고사상태를 맞기도 했던 벤처기업들이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자본주의4.0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위한 조건은 무수히 많겠으나 앞서가는 자와 뒤처진자, 재벌과 중소기업 등 대비되는 두 부류사이의 성공적 공존조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종전 개념에서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 두 부류가 생태적 균형을 이루면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고 한계는 보완하면서 능력은 키워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거대자본과 조직, 첨단화된 전문지식을 갗춘 그룹과 경쟁해서 이기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고, 그 좁은 문을 통과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극소수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격차를 복지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세금으로 베푸는 온정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기부문화를 확장하는 것도 논의될 수 있으나 이 역시 보완적 수단에 다름아니다. 시스템을 만들려면 역시 기득권 양보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재벌이나 귀족근로자들이 줄어들 이익과 가볍게 될 호주머니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공존과 상생은 가능하다. 특히 흡수보다는 협력과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은 기업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성장의 과실도 고루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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