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3:56 (수)
기본이 바로 선 창원?
기본이 바로 선 창원?
  • 오태영
  • 승인 2011.09.28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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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창원취재본부 부장
 창원시가 2004년 기업사랑운동과 2006 환경수도 창원에 이어 ‘기본이 바로 선 창원’이라는 큰 틀에서의 시정운영 방향을 설정해 27일 발표했다. 사회통합과 선진도시 구현을 최종목표로 하는 사람중심의 명품도시 달성 마지막 단계의 정책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요정책과제로 성숙한 시민사회가꾸기, 사회안전망키우기, 공조직 바로세우기를 설정하고 15개 단위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추진배경 설명에서 2만달러 문턱에서 지체되고 있는 우리사회와 신자유주의의 한계 및 사회모순을 극복, 상생협력과 시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역할 분담과 시민의식 향상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행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 정책을 수용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유명무실해지거나 오히려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전세자금 융자정책이 훌쩍 뛰어버린 전셋값 때문에 오히려 융자신청이 크게 줄어든 것이 그것이다. 정책의 타이밍 실패와 조급함도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그토록 잡고자 했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경기를 상승시키려 하지만 수도권은 집값이 내려 문제다. 집행하는 기관의 능력과 의지을 벗어난 정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난해 이후 동반성장이 부쩍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 사건을 처리한 건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잘 지켜서가 아니라 공정위 공무원들이 동반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기업들의 불법적 하도급 실태를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책은 그 사회와 공명(共鳴)을 일으키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기본이 바로 선 창원’과 같은 거대담론에 이르면 사회적 맥락과 조화돼야 한다. 서구에서는 산업화가 성공했는데도 이보다도 훨씬 앞서 과학기술적 성취를 이룬 이슬람권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산업화를 수용할 사회적 맥락이 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이 바로 선 사회’ 실현을 위해 창원시가 내놓은 단위사업을 보면 ‘바른생활실천 플랜 추진’, ‘기본이 행복이다’ 홍보마케팅, ‘긴급차량 길터주기’, 꿈과 희망의 인문학 강좌 운영 등과 같은 대시민계도 시책이 있고, 규제절차 클리닉, 불법행위 행정대응력 강화, 건설하도급 부조리 근절, 신 재난안전방재시스템 구축 등 늘 해오던 업무거나 해야할 일들, 네잎클로버 프로젝트, 구역별 복지증강사업, 또 하나의 가족 창원, 천원의 행복 문화사업과 같은 참신한 복지확대사업 등이 있다.

 새마을운동이후 우리나라에서 국민계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예는 없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더군다나 요즘과 같은 시대에 시민을 교육시키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 할 만하다. 국민을 교육을 시켜야할 문제가 있는 대상으로 보는 정부는 성공하기 어렵다. 굳이 하자면 그냥 긴급차량에 길을 터줍시다하고 협조를 구하면 될 일이다. 정책의 과잉과 사용하는 언어의 남용은 시민들과 공명을 이루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감마저 살 소지도 있다.

 특히 통합 3년차를 맞아 뭔가 내놓아야겠다는 조급함에서 급조된 인상이 짙은 이 정책이 집행할 시공무원들의 가슴을 얼마나 뜨겁게 했는 지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공무원들의 머리에서 나온 급조된 정책이 전체공무원들에게 긍정적 파장을 미칠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민간부문과의 사전교감도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민간부문의 자발적 협조가 있을 지도 의문이다.

 거대담론과 같은 무거운 주제는 정책이 심플할수록 좋다. 그래야 촛점이 흐려지지 않고 힘이 분산되지 않는다. 이것저것 짜집기한 정책이 무슨 힘이 있을지 의문이다. 새마을운동은 그저 ‘우리도 할 수 있다 잘살아 보세’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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