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원들은 그동안 청사문제와 관련해 청사소재지 선정을 위한 용역기간이 길다는 불만과 새야구장, 상징물사업과 함께 이른바 빅3사업을 연계해 풀자는 주장을 내놓기는 했으나 정작 중요한 문제인 소재지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청사소재지에 대한 언급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인식이 의원들 의식 저변에 깔려 있었고 의원들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금기시했다.
특히 청사문제에 관한한 유리한 입장에 있던 창원지역의원들은 더욱 말을 아꼈다. 호화청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신청사를 굳이 지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상당수 시민들의 회의감을 고려하면 현임시청사를 리모델링해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어도 창원지역의원들은 봤다. 대다수 공무원들, 특히 마산과 진해지역 출신 공무원조차도 그렇게 봤다. 창원지역의원들이 기습을 당했다고 하는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사실 청사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예견된 일이었다. 그렇다면 최근 창원시의회의 모습은 준비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보면 틀림없다. 정직하지도 못했다. 공식적인 논의 자체를 거부하다시피 하다가 일이 터지자 그동안 감취왔던 속내를 드러냈다. 창원은 리모델링, 마산은 청사유치라는 숨겨왔던 욕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통준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마산도 창원도 통준위 결정은 안중에 없다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갈등을 조정하고 풀어내는 정치력에서도 기대 이하다.
마산지역의 조기확정 요구는 총선을 앞두고 이슈화해 청사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마산2, 진해 1, 창원 1인 한나라당 국회의원 구도도 뒷받침된 것으로 보여진다. 일각에서는 불투명한 총선을 의식, 지역정치인들이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 청사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나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논의가 진행될 수록 지역대결구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창원에서는 벌써부터 분리하자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가진자의 여유로 보여진다. 그것이 아니라면 초장부터 막말이 나올 수는 없다.
이 문제의 첫 출발지는 통준위가 청사 후보지로 정한 1ㆍ2순위에 대한 해석차이다. 창원지역은 순위는 의미없다고 하고 마산과 진해지역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의미가 없다면 굳이 왜 순위를 정했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창원지역의원들은 통준위 회의록을 근거로 하고 있으나 명확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토록 중요한 문제를 그토록 어설프게 정리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상식이 있다면 의미가 없다고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인데도 논란을 빚는 것부터가 넌센스다.
이 문제를 푸는 해법은 순위에 대한 입장 통일이 먼저다. 통합의 대의와 당위성, 통합이 가져다 준 현실적 이익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덧붙이자면 청사가 과연 지역경제를 살리는 만병통치인가도 엄정히 따져봐야 한다.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일반적 인식만큼은 아니라는 증거도 적지 않다. 차라리 보상책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일부 정치인들의 야합으로 통합을 했다거나, 통합으로 손해만 봤다, 이럴려면 왜 통합했나 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통합시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통합이 가져다준 현실적 이익을 냉정히 인정해야 한다. 마산구도심살리기, 마산르네상스, 진해서부권 상권활성화 대책, 도시철도, 창원대로 상징가로사업 등은 통합이 가져다 준 커다란 선물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개별대차대조표를 버리고 합계대차대조표에 눈을 떠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