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3:38 (금)
등산문화 바꾸자
등산문화 바꾸자
  • 이병영
  • 승인 2012.01.16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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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영마산 주재 부장
진정한 산악인은 산을 아낄 줄 알고
옷차림보단 일행 배려 산행 구상에 힘써야

 산은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산은 오직 굶주린 자나, 헐벗은 자나, 부자든 가난뱅이든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또한 산은 오르는 자에게만 자연이 안겨주는 모든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자도 매일 아침이면 인근 용소산의 가을포 봉수대까지 오른 뒤 출근을 하고 있다. 왕복 1시간정도 소요된다.

 또 시간이 나는 대로 함안 여항산, 고성 벽방산, 의령 자굴산, 마산 무학산, 적석산, 서북산, 밀양 가지산, 경북청도 운문산, 창녕 화왕산 등 많은 산들을 찾는다. 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고 있다.

 얼마 전 마을의 모 산악회에서 내건 산행일정을 보고 같이 동행키로 마음먹었다.

 목적지는 전남 해남의 두륜산 가련봉(703m)이었다. 오전 6시30분 마산을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자마자 정말 희한한 광경을 발견했다.

 일행들이 입고, 신고, 쓰고, 끼고, 매고 있는 모든 게 외국산 유명메이커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마치 외국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평소에 산을 찾는 것은 그동안의 사생활 중 모든 잡념을 잊어버리고 산만이 안겨주는 맑은 공기와 함께 동행자끼리 단체행동과 인내심을 배우면서 정상정복의 짜릿함을 맛보기위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산행을 같이한 일행들은 이런 이유가 아닌 듯 보였다. 하는 얘기들이 윗도리의 소매 끝부분에 적혀있는 숫자 노름을 하면서 허풍을 떨고 있는 것이었다. 500, 700 등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물론 신발부터 장갑, 모자까지 풀세트가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300만 원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산행코스는 약 5시간 정도 소요됐다. 두륜산만이 지니고 있는 각종 괴암절벽과 함께 풀코스를 돌면서 땅끝마을의 절경을 만끽하면서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그러나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귀가 길 버스 안에서의 소주 파티였다. 무조건 강제로 소주잔을 돌리는 것이었다. 사고와 직결되는 위험천만한 버스 안의 가무와 음주문화가 옛날처럼 답습하고 있었다.

 진정한 산악인이라면 산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옷차림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일행을 배려하면서 어떤 식으로 산행을 할 것인가를 먼저 구상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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