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2:50 (금)
조폭 모방하는 학교폭력
조폭 모방하는 학교폭력
  • 박명권
  • 승인 2012.03.19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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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명 권 서부지역본부장
  조직폭력배(組織暴力輩)란 ‘조직을 구성해 폭력을 행사하며 그릇된 일을 일삼는 무리 또는 그 무리에 속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일부는 언제부턴가 조폭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살아가는 듯 한 느낌을 갖게 한다.

 각종 매체와 영화에선 의협심이 넘치는 조폭의 모습을 그려내고, 조폭의 인간적인 모습 또한 부각시켜 철없는 학생들의 입장에선 이를 동경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구조와 매체 또한 이에 부합하고 있다 할 것이다.

 조폭은 ‘위계구조 존재, 범죄를 통한 이익추구, 폭력과 협박, 조폭에 대한 수요존재, 특정 시장독점, 제한된 구성원, 이념과 가치적 행동뒷전, 전문성, 비밀유지, 광범위한 계획’ 등 조직의 체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상존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실태 전수조사결과 25%인 139만 명이 참여했고 이 중 12.3%인 17만 명이 최근 1년 이내에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별 1위는 협박과 욕설(37.9%) 그 뒤를 잇는 것이 인터넷 채팅ㆍ이메일ㆍ휴대전화의 욕설과 비방 등의 언어폭력(13.3%), 집단 따돌림(13.3%), 금품 빼앗김(12.8%), 손발 또는 도구로 맞거나 특정장소 안에 갇힘(10.4%), 강제 심부름과 같은 괴롭힘(7.1%), 성적인 부끄러움을 갖게 하는 말과 행동 또는 강제로 몸을 만지는 행위(5.2%)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응답자 중 ‘학교 내 일진 또는 폭력서클이 있거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의 비율은 23.6%(초 23.7%, 중 33.3%, 고 11.6%)의 순이다.

 경찰청 조사결과 3천138건에 대해 수사ㆍ내사 등 즉시 조치가 이뤄졌으며, 수사마무리(91건), 수사 중(19건), 내사 중(2천746건), 내사 종결(282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사천지역에서도 조폭을 모방해 ‘폭력 써클’을 구성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등 폭력을 행사해 온 중ㆍ고교생 3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의해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천경찰서는 지난 13일 옛 삼천포지역에서 활동해 온 ‘00이와 아이들’이라는 ‘폭력 써클’의 두목격인 A(19) 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관한법률위반(상습공갈)혐의’로 구속하고, B(16 고1)군 등 2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군과 B군 등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돈을 갈취해 온 H(14세 중1) 군이 중학교에 들어가자 지난해 3월부터 같은 중학교 1학년 학생 9명을 ‘폭력써클’에 가입시켜, 매월 3만~10만 원까지 상납액을 정해두고 금품을 갈취하도록 교사하는 등 피라미드식의 삼천포지역 중학생 138명을 대상으로 1년간 3천800여 만 원의 금품을 갈취했다.

 A군은 지난해 말 ‘12일간 금을 모아 오라’고 지시하자 이에 겁을 먹은 H군과 K(14ㆍ중1) 군은 자신의 집 장롱 속에 있는 부모의 결혼반지 등 440여만 원 상당을 훔쳐 이들에게 상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이들은 몸에 문신을 하고 ‘선배 앞에선 90도 고개를 숙여 인사, 모자를 반드시 벗고 대답, 무조건복종, 대답 끝에는 형님’이란 호칭을 사용케 하는 등 조직폭력배를 모방한 행동수칙을 만들고 갈취방법까지 교육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납을 제때 하지 못할 경우 각목으로 폭행하는 등 그 수법 또한 조직폭력배와 동일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나 지역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성년자인 이들 불량서클 회원 6명에게 1인당 30만 원씩 시술비를 받고 불법으로 문신을 해준 문신업자도 검거됐다.

 이처럼 철없이 조폭을 모방해 주위 학생을 괴롭혀 온 이들은 미성년자라해도 법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돈벌이를 위해 자식 벌 되는 미성년자에게 문신을 해준 시술업자의 경우 법의 판단과는 별도의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성인이던 미성년이던 조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스스로를 억제해야 하며, 철없는 학생들에게 이를 동경하게 하는 사회적구조 또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사천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가해자와 피의자 모두는 각 자의 인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다 같이 책임의식을 가져야하며, 또 재발 방지의 프로그램과 함께 이들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사회적구조 또한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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