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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생각난 의령 ‘정암진 전투 재연’
본전 생각난 의령 ‘정암진 전투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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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0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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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 경 출중부지역본부장
 의령군이 1억 4천여만 원의 예산으로 야심차게 기획한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정암진 전투 재연’이 의병의 장엄했던 승전을 떠올리기는커녕 혈세가 아깝다는 빈축을 받고 있다.

 정암진 전투는 1592년 임진왜란 때 곽재우 홍의장군과 무명의 의병들이 함안 쪽에서 의령 정암 마을로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오던 왜병들을 전멸시키면서 전국적으로 의병들이 규합되고 세를 확장하는 근간이 됐다.

 이로 인해 의령은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발상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의령군은 곽재우 장군의 생가 복원에 이어 의병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역사적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올해로 40년째 관련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여기에다 수십 년간 동네잔치 수준이었던 ‘의병제전’ 행사가 지난해에 ‘의병의 날’인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으면서 향우와 군민들의 결집은 물론 관광 시너지 효과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정암진 전투 재연에는 학생, 군인, 연기자 등 200여 명이 동원됐고, 임꺽정으로 유명한 탤런트 정흥채가 곽재우 장군 역으로 출연했다.

 재연 현장은 남강을 이용한 불새 비상과 불꽃놀이 등 최상의 특수 효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전투 신으로 진행되었으며,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구경 온 관광객과 군민 등은 6천여 명(의령군 집계)이나 됐다.

 여기서 폭소와 비아냥에 이어 혈세 아깝다는 말이 터져 나온 것은 전체 출연자들의 무기(칼ㆍ창ㆍ소총)와 옷을 비롯해 연극 대사까지 420년 전을 재연한데 비해 왜병들이 탄 뗏목은 21세기의 플라스틱 제품(일명 푼톤)으로 엮어서 줄을 당기고 강을 건너와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강을 사이에 둔 무대와 관람석이 100여m나 떨어져 있으면서 전체 현황을 대형 스크린으로 보게 된 불만도 만만치가 않았다.

 관광객과 군민들은 “420년 전을 재연한 사극에서 최신식 플라스틱 뗏목을 타고 줄을 당기는 모습이 걸작에다가 무대 위 반짝 전투 장면 치고는 예산이 너무 많다”며 “진주의 논개도 재연에서 강물에 빠지는 것과 TV의 현대 사극과 비교해보면 편의위주의 어설픈 기획과 근시안적인 발상”이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날 행사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군 관계자는 “플라스틱 제품을 뗏목처럼 엮은 것은 당시 왜병들이 뗏목을 탔다는 것과 강물 위 전투 장면이 없었던 것은 출연자들의 안전과 부상 방지를 위해서였다”며 “관람석은 전투 장면을 정면에서 볼 수가 없어 100여m 강 건너편에 설치하게 됐고, 예산은 세부적인 정산을 거친 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뗏목도 한 척 없는 반짝 전투 장면과 출연료도 없이 식사비 등만 지급한 학생들이 대거 동원된 것이 알려지면서 이날 행사는 편의 위주의 어설픈 기획과 억대가 넘는 혈세 낭비 불신으로 당초의 취지(역사의식 고취 및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 부각)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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