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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조는 아이 `기면증` 의심
꾸벅꾸벅 조는 아이 `기면증` 의심
  • 허정원
  • 승인 2012.06.13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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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정 원자미원한의원 원장
 직장인 이수정(39)씨는 아이의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을 한다고 해서 회사에 휴가까지 냈다. 참관 수업 중, 뒤에 많은 학부모들이 서서 지켜보고 평소와 다른 분위기라 긴장이 될 텐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업 중에 꾸벅 거리면서 병든 병아리 마냥 졸고 있는 이씨의 아이 한솔(10)군. 잠깐 졸았으면 잠이 깰 만도 한데 옆 친구들이 눈치를 주면서 찔러도 그 시간 내내 잠만 자던 아이 때문에 이 씨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해가 지나고 담임이 바뀔 때마다 한솔이가 수업시간에 잘 존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병이 아닐지 심각한 고민도 된다.

 만약 아이가 아닌 성인의 경우라고 가정한다면 밤중의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 낮에 졸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간 수면시간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낮에 심하게 존다면 과다수면을, 그리고 상식적으로 잠을 잘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도 졸리는 느낌의 전조증상 없이 그냥 잠이 들어버린다면 기면증까지도 의심해봐야 한다.

 이와 다르게 원래 성장기의 어린이들은 많은 잠을 필요로 한다. 많은 아이들이 밤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잠깐 나가서 들어와서는 낮잠을 자는 아이도 있다. 체격은 성인보다 작지만 성인보다 많은 활동량으로 인해 저하된 체력을 낮잠으로 보충하는 것이다.

 하지만 야간수면 시간이 10시간 이상으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림을 느끼거나 힘들어 한다면 다른 이유에 의해서 수면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한솔 군처럼 학년이 바뀌고 담임교사가 바뀔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다면 그 아이는 오후 수업 뿐 아니라 오전 수업부터 졸림을 느끼거나 하루 종일 힘들어 했을 가능성도 있다.

 과다수면의 치료하기에 앞서 우선 아이의 체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큰 차가 움직일 때 많은 기름을 소모하듯이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살이 찐 아이가 움직이려면 그만큼 높은 강도의 체력을 요하는데 그 만큼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것 또한 과다수면의 원인이 된다. 이때는 운동을 통해 살을 약간 빼는 것도 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위해서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체력을 보강해주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소화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체력 향상을 꾀한다면 과다수면 증상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펌프를 통해서 물을 20층까지 끌어올려줘야 하는데 그 펌프의 힘이 약해서 12층이나 18층까지 밖에 올려주지 못한다면 위층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과다수면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활동할 수 있는 기운을 머리끝까지 올려줘야 하는데 기운이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된다면 뇌로 공급되는 기운이 부족하여 수면을 이루고 싶은 욕구로 나타나게 된다.

 한방에서는 낮 시간의 과다수면을 일음일양(一陰一陽)의 원리가 깨진 것으로 본다. 밤에 잠을 잘 자야 낮에 피로감 없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가 서쪽으로 져야 다음날 동쪽에서 다시 떠오르듯이 밤에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낮에 졸린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따라서 아이에게도 부담 없는 순한 한약재로 부족한 체력을 보충해주고 양만 많은 수면이 아닌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는데 초점을 맞춰 치료시 낮의 졸린 증상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업 시간의 집중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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