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0:31 (금)
사람 잡는 부실 교량 난간
사람 잡는 부실 교량 난간
  • 변경출 기자
  • 승인 2012.08.19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변 경 출중부지역본부장
 승합차가 다리 난간을 충돌하고 15m 아래 강바닥에 추락하면서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은 의령 정암 교의 부실 난간이 지난 10일부터 전면 교체 되고 있다.

 사고 6개월이 흐른 지금 이 모습을 지켜보는 기자는 인간들의 무지에 의해 희생당한 참사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으며, 이번 희생을 계기로 지금도 사람 잡고 있는 대한민국의 주물로 제작된 부실 난간이 전면 교체되길 강조해 본다.

 지난 2월 7일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정암 교에서 승합차가 추락했다는 다급한 제보를 받고 도착한 현장은 119 구조대가 사상자들을 병원으로 후송 중이었고, 취재 결과 무엇보다 강철과 금속 재질이 아닌 주물로 제작된 지주 난간(알루미늄) 10여m가 마치 두부를 자른 듯이 반듯하게 부러져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물이 흐르는 다리 중간에서 추락했다면 탑승자 전원이 현장에서 사망 할 수 있었던 상황이 순간 스치면서 목숨을 지켜주는 추락 방지용 난간이 이럴 수가 없다는 참담함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다 역시 엉터리를 반증하고 희생자들이 대한민국 전체 부실 난간을 교체해 달라는 절규라도 하듯이 정암 교 추락 참사 14일 만에 합천군 삼가면 삼가 교에서 부실 지주 난간 10m가 부러져 나가고 1명이 8m 다리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또 발생했다.

 정암 교 추락 사고는 전남 광주에 있는 병원이 의령군 출장 검진을 위해 의사 등 10명을 태우고 수백 ㎞를 달려오던 승합차가 밤새 얼어있던 빙판에서 미끄러지고 회전한 후 후진 상태로 난간을 충돌하고 추락했다.

 철골로 만들고 허공에 떠 있는 교량 위 노면은 땅보다 지열이 없어 물기가 있을 때는 결빙이 쉽게 되는 한편 잘 녹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교량 관할 지자체에서는 사고 지점은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빙판이 돼 있었지만 염화칼슘이나 모래를 뿌리는 등의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삼가 교 사고 또한 운전자가 다리 위에 정차해 있던 고장 차량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역시 미끄러지면서 난간과 차량 앞에 서 있던 운전자를 충돌했다.

 이처럼 교량 위를 수십 ㎞로 달리는 차량이 난간을 정면에서 충돌하고 추락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0.1%도 있을 수가 없고, 당연히 미끄러질 경우에만 옆으로 충돌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충격에도 부러지지 않는 강철과 금속 등의 재질보다 다리 하중을 줄이고 가격도 싼 주물을 지주로 설치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일 줄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세상일이란 현실을 무시하고 이론적으로 계산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하게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듯, 이번 참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고 요인으로 드러났던 대도시 대형 병원들의 전국을 무대로 과다 경쟁을 벌이고 있는 출장 검진에 대해 지역 제한 등의 법적 조치도 빨리 제정해야 한다. 의령의 경우 2010년도를 비롯해 지난 2월 사고가 나기 전까지 총 227건의 출장 검진이 극성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늦었지만 값진 희생을 치룬 의령 정암 교의 부실 난간 교체를 기폭으로 대한민국의 전체 부실 난간이 전면 교체되길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