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1:57 (토)
사천시민의 짝사랑
사천시민의 짝사랑
  • 박명권 기자
  • 승인 2012.08.2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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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명 권 서부지역본부장
 ‘설마 설마 했는데, 한숨만 나오네요, 정말 답답합니다.’

 A320 날개하부구조물(WBP) 생산 공장이 산청군으로 결정되자 시민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한숨소리는 한 기업에 오랜 세월 동안 짝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결국 심한 몸살을 앓아야 하는 사천시민들의 안타까움이다.

 짝사랑이란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사랑함을 뜻하는 말이다.

 왜 시민들은 지금까지 비행기 소음 등 온갖 고통을 겪어오면서까지 일방적인 사랑을 자처해 왔는지, 기자 또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황당하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는 일련의 상황이 참담하기까지 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3월 에어버스사와 약 12억 달러 규모의 A320날개하부구조물(WBP)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신규공장 건립을 위해 계약체결 이전부터 사천시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KAI는 지난달 19일 사천시가 아닌 산청군과 공장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해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을 접한 사천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KAI는 산청군과의 MOU체결을 잠정 연기해 왔다.

 급기야 지난 16일 정만규 사천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A320 날개부품공장 건립에 따른 사천시의 공식입장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KAI는 사천시가 제시한 조건과 후보지를 재검토해 오다 지난 23일 기존 계획대로 산청군으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날 결정에서 사천시가 제안한 부지 36만㎥의 준설토를 치환하려면 4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돼 기간 내 공장 완공이 불가능하고, 지반 또한 약해 대형 초정밀장비로 길이 60m에 이르는 표면처리 장비 등을 설치할 수 없어 공장입지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검토 당시 사천의 여건상 하늘에서 부지가 갑작스럽게 떨어지지 않는 한 업체가 원하는 충족의 땅은 불가능 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사실로서 KAI는 이미 내부적으로 생산 공장을 산청군으로 확정해 놓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단, 본사가 사천에 있고 사천시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시간 끌기에 불과한 궁여지책으로 치부되고 있어 사천시민 전체를 우롱한 것과 별반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던 KAI의 이번 결정은 자사를 위한 선택인 만큼 더 이상 어떻게 말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

 이러한 일련의 진행과정을 비춰볼 때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사천시 행정은 왜 방관해 오다 막바지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사천시는 이번 과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며, 탁상행정이 아닌 시민을 위해 발로 뛰는 행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천시민의 바람인 ‘A320생산 공장’이란 화살은 이미 사천을 떠나 인근 산청군에 안착했다.

 이젠 지난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사천시민들이 찾아야 할 또 다른 과제가 산적해 보인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노래가사가 있듯이 시민의 화합된 결정체만이 또 다른 불이익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혼자만이 간직하고 있는 짝사랑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짝사랑의 뒷맛은 씁쓸하고 인내하기 힘들지만 또 다른 사랑을 위해선 한 번쯤은 추억과 삶의 밑거름으로 간직하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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