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32 (금)
‘매미’ 자리에 덮친 ‘산바’
‘매미’ 자리에 덮친 ‘산바’
  • 이병영 기자
  • 승인 2012.09.18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 병 영 제2사회부 부장
 기자는 지난 17일 현장 취재차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동안 제16호 태풍 '산바'의 남해안 상륙으로 인해 2003년 9월 12일께 태풍 매미가 남해안에 상륙하면서 강풍을 동반한 해일이 마산 해안가를 덮쳤던 그 자리를 9년여 만에 다시 찾았다.

 그 당시 신마산일대의 인근 상가와 아파트 등의 지하에 마산항 부두에 적재돼 있던 통나무와 각종 부산물들이 바닷물과 함께 빨려들어 18명이 숨졌고, 아수라장이 되면서, 참혹한 피해를 당했던 곳이다.

 9년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의 모습은 별 변한게 없었으나, 그 당시 졸지에 운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을 추모키 위해 지난 12일 해운동 추모공원에서 태풍 ‘매미’ 희생자 9주기 추모제를 지낸 위령비 바로 앞 도로상까지 물에 잠기는 현상이 벌어져 정말 아이러니 한 감정이 북받쳤다.

 지난 17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침수피해의 규모는 적어서 천만다행이지, 신마산과 어시장일대가 물이 무릎까지 차면서 주민과 교통이 통제되고, 저지대에서 장사를 하는 가게들이 물이 드는가 하면 바로 코앞에 시퍼른 바닷물이 높은 파도와 함께 출렁거리면서, 한치 앞을 두고 상인들을 계속 위협하고 있었다.

 순간 기자는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9년전의 악몽같은 그림이 재현되면서, 머리속으로 스쳐갔다.

 마산만의 만조시간대가 조금만 늦었고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으면, 바닷물과 육지의 빗물이 마산만 해안가 일대를 덮쳐 태풍 매미때보다 더 큰 피해를 볼수 있는 일이 벌어졌을것이다.

 그런데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피해 재발방지를 위해 해안가의 방재언덕 건설사업이 민감한 부분인데도 옛 마산시는 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옛 마산시는 해안가에 방제언덕을 설치키로 하고, 지난 2004년부터 타당성 조사 및 용역을 발주한 이후 지난 2007년 2월께 위험지구로 고시했다.

 또 2009년 4월 구항지구 방제언덕 설치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기획재정부의 간이예비타당성 여부 조사, 방재청, 국토해양부 등의 아주 복잡한 단계를 거치게 됐다.

 이후 창원시는 지난해 7월께 옛 마산권의 부활을 위해 추진중인 마산만 워터프론트(수변도시) 조성사업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힌적이 있다.

 시는 해일피해 위험지구인 시내 구항지역(신포매립지~노산교)에 길이 1㎞, 폭 70m의 방재언덕을 짓기 위해 2011년 사업비 20억 원(국비 12억 원, 지방비 8억 원)을 들여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창원시의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후 결국 사업의 추진은 국토해양부에 이관되면서,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 맡게 됐다.

 지금까지 옛 마산시는 태풍 매미이후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했으나 막대한 예산문제로 인해 사업이 부진했고, 국토해양부 마산항만청에 이르게 되는 결과를 안게 됐다.

 이에 마산항만청은 지난해 9월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발주해 올 9월께 그 결과가 발표가 돼 마무리단계가 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마산항만청과 환경단체, 어시장상가협회 등 3자가 방제언덕 설치로 놓고 아직까지 3자 찬반양론을 펼치고 있다.

 마산항만청은 폭풍, 해일, 주민대피 등 피해를 줄이고자 방재언덕을 설치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환경단체는 매립지인 구항 일대는 배수능력이 떨어져 여전히 침수가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어시장해안상가연합회측은 4m 높이의 방제언덕을 설치하면 조망권의 침해로 어시장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횟집 등 상가들이 장사에 많은 지장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3자가 펼치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보면 다 옳은것 같다.

 마산지방해영항만청은 18일 오후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공사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결과 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3자가 주장하고 있는 갈등이 해소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지난 17일 기자가 신마산과 어시장 일대의 침수지역을 방문했을때 한 주민이 말했다. “오늘 또 죽었구나”라며 손으로 가슴을 치며 한탄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모두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