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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가 디스크 혹은 협착증?
설마 내가 디스크 혹은 협착증?
  • 이종진
  • 승인 2012.11.27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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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종 진 한빛프롤로의원ㆍ한의원 원장
 누구나 한 번 쯤은 고생해봤을 만한 허리통증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제목처럼 허리가 아프다고 모두 디스크나 협착증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환자의 연령대에 따라 유병률은 다르지만 허리가 아픈 가장 많은 원인은 디스크나 협착증이 아닌 장요근, 요방형근, 척추기립근, 둔근, 복근 등 허리를 지탱하는 근육에 문제가 생겨 유발되는 통증이다.

 하지만 이런 근육통을 조금만 참으면 낫겠지 하고 내버려두고 더 무리를 하거나 허리에 부담을 주는 안 좋은 자세를 고치지 않고 생활하면 근육의 병을 더 키워 얼마든지 디스크나 협착증 등의 병이 올 수 있다. 치료적 측면에선 허리의 대표적인 이 두 가지 병을 묶어 말할 수는 있겠으나 실제 이 두 병은 병인을 조금 깐깐하게 따져보면 완전히 다른 병이다.

 먼저 디스크병(추간판탈출증, HNP)은 직립보행에 의해 무게 중심이 허리로 옮겨지면서 얻은 질환이다. 안 좋은 자세, 무리한 노동 등으로 허리에 디스크가 견딜 수 없는 만큼의 부하가 일시적으로 혹은 오랜 시간 누적돼 작용하면 척추뼈 사이가 좁아지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디스크가 좁은 추체 사이의 공간을 비집고 나와 신경을 압박해 생긴다.

 그리고 협착증은 노화에 의해 척수에서 허리신경이 지나가는 길목인 척추관에서 뼈가 자라나고 추체 사이의 거리가 좁아져 신경이 눌리게 되는 병이다. 신경압박에 의해 허리 통증은 물론 걷다가 중간 중간에 쉬어 줘야하는 `간혈성 파행`과 같은 증상이 유발된다.

 이렇게 병의 원인을 알고 나면 두 병의 공통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신경의 압박에 의해 증상이 유발되고, 그 신경압박 또한 척추와 척추 사이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 가장 근본된 원인인 것이다. 그렇다고 매일 거꾸로 매달려 중력이 척추 사이를 벌려주길 기다리거나 견인치료기의 도움으로 좁아진 추체간의 거리 넓혀 보려는 시도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확률이 크다.

 한의학적으론 열두 가지의 경락 중 머리에서 허리 사이 척추 옆쪽으로 족태양방광경락이 지나간다고 보는데 이 방광경락을 침과 약침으로 다스려 문제가 있는 척추뼈 부위를 이완시키면 신기하게도 서서히 다리저림 증상이 호전된다. 현대의학에서도 사용하는 봉독(벌침)으로 허리의 통증을 주로 다스리는 부위도 한의학에서 말하는 바로 이 방광경락이다.

 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우듯 디스크가 삐져나와 척추뼈 사이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한다면 척추뼈를 감싸고 있는 인대들을 튼튼하게 만들어 척추뼈 사이의 공간을 확보해 주면 말랑말랑한 재질의 디스크는 금세 제자리를 찾는다. 이를 위해 추천하고픈 것이 자가혈 증식치료(PRP프롤로)로 인대를 강화해 척추뼈 사이를 벌려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척추뼈 사이가 좁아진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척추뼈가 틀어졌다는 것이므로 이를 바로 잡아 치료하는 추나 요법(AK 카이로프랙틱)을 시술받는 것이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척추질환 치료인 자가혈 증식치료나 추나 요법을 치료받을 때에는 디스크와 인대를 튼튼히 하는 한약치료의 병행을 꼭 권하고 싶다. 필자의 경험상 한약의 병행치료가 재발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됐다. 또 하나 추나 치료와 같은 수기치료는 반드시 의사나 한의사와 같은 전문 의료인에게 받길 권한다. 작은 발바닥으로 큰 몸을 지탱하는 인대의 특성상 뇌와 다리 사이에 무수히 많은 정보가 오간다. 정보는 먼저 다리에서 척추를 통해서 척추, 다리, 몸통의 근육으로 전달돼 두 발로 평형을 유지하며 서 있도록 한다. 이러한 정보 중 척추관절의 감각수용체에서 소뇌 및 대뇌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가장 많은데 이렇게 소중한 척추를 검증되지 않은 비의료인에게 맡기는 것은 당신의 건강을 담보로 한 엄청난 모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프다고 무작정 진통제에만 의존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진통소염제는 일반적으로 척추 디스크나 관절 연골에서 GAG(디스크 수핵과 관절 활액의 주성분)의 합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장황한 설명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해서 굳이 소 잃고 외양간 수리에 나설 필요는 없다. 현재 당신의 허리가 큰 문제가 없다면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미리미리 손봐두기 바란다. 좋은 자세를 차근차근 익혀 디스크와 협착증이 독자분들에게는 먼 산 불구경이 되길 기원한다. 그리고 안 좋은 자세보다 더 나쁜 건 한가지의 고정된 자세이므로 무슨 일을 하든 수시로 허리를 풀어주라는 당부를 꼭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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