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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더이상 멋ㆍ품위 아니다
담배, 더이상 멋ㆍ품위 아니다
  • 박태홍
  • 승인 2013.01.01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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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태 홍 본사 회장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사물이 갖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담배가 그중의 하나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 담배는 옛날에는 몸에 좋은 약초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담배가 이 땅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조선시대 광해군 시절이었던 1616년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당시 담배는 소화를 다스리고 회충을 없애주는 약초였다. 이 때문에 너도나도 몸에 좋은 약초를 가까이 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390여 년. 그동안 담배가 가져오는 사회적인 패악이 도출되면서 담배를 둘러싼 호불호의 논쟁도 오랫동안 끊이질 않았다. 이익(李瀷)의 성호사설에는 담배는 가래가 끓고 소화가 안되고 신물이 올라올 때 추위를 받을 때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해로움이 더 많다고 적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담배의 호부 논쟁은 조선시대 때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이산은 애연가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문집 홍재전서에 의하면 정치의 득과 실은 깊이 생각할 때 뒤엉킨 요란한 마음을 맑은 거울로 비춰 요령을 잡게 하는 것도 담배의 힘이며 갑이냐 을이냐를 교정해 추고할 때 생각을 짜내느라 고심하는 번외를 공평하게 저울질하게 하는 것도 담배의 힘이라고 적고 있다. 이를 볼때 담배의 해악에 따른 비판론과 답답함을 풀어준다는 예찬론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담배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친구이기도 했다. 가계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의 노동력을 높여주고 노동 후의 담배 한개비는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회복제이기도 했다.

 근세에 들어 담배하면 공초 오상순 시인을 빼놓을 수 없다.

 1920년 창간한 폐허란 문예지의 창간 일원인 오상순 시인은 하루에 담배 9갑을 피워대는 골초였다 한다.

 눈뜨기가 무섭게 담배를 피워대는 오 시인은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담배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의 담배는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멋이고 품위였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 담배는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인체에 미치는 해악은 물론 피는 사람보다 피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건강을 위협하는 나쁜 사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흡연자는 줄어들어 지금은 담배를 가까이 하는 사람보다 금연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의 금연 정책도 시시각각으로 강화되고 있어 흡연자의 설 자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공공기관의 청사에서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곳은 금연구역으로 봐도 무방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단계적으로 금연구역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일반 음식점의 경우 150㎡를 초과하는 곳에서는 금연이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강경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국민의 애화과 함께했던 담배.

 필자도 1970년 사병생활을 하면서 화랑이란 담배를 지급 받았었다.

 훈련으로 인한 지친 몸과 향수를 화랑담배 한개비로 달래기도 했다.

 그때의 담배 맛을 잊지 못해 지금도 담배를 가까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동현장에서의 담배 한개비는 그야말로 피로회복제나 다름이 없다.

 한때는 시외버스 좌석 옆 등받이에도 재떨이를 준비해 놓을 정도로 흡연자 유치를 필수로 한 상술도 있었다.

 그러나 담배가 지닌 독성은 인체를 멍들게 하고 잦은 질병을 유발시키는 저해물질이 가득하다.

 그러난 애연가들의 담배 예찬론은 이산 정조대왕이 문집에서 서술한 정치를 판단할 때 잠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맑은 정신으로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만인을 병들게하고 자신의 신체에 해를 끼치는 담배를 가까이 하는 것은 그동안의 습관, 담배가 지닌 중독성 때문일게다.

 2013년 새해가 밝았다.

 흡연자들은 2013년 올해를 금연의 해로 정해보는건 어떨까? 흡연자들의 설자리가 없는 현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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