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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씨앗은 싹이 트지 않는다
볶은 씨앗은 싹이 트지 않는다
  • 성기홍
  • 승인 2013.02.0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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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기 홍 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치원에 가서보면 어린이들이 손님들에게 인사를 할 때 배꼽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90도로 꺾어 공손히 인사를 한다. 이때 어린이의 눈망울은 너무나 초롱초롱하고, 귀엽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런 어린이들이 부모와 같이 있으면 갑자기 떼쟁이로 변한다.

 예부터 미운 일곱 살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일곱 살이 되면 자아에 눈을 뜨기 때문에 부모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대로 고집을 부리다가 말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그야말로 하얀 백지와 같이 순수하고, 외부의 자극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정착된 습관이 여든까지 가기 때문에 부모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억압해서도 안 되며, 무조건 수용해서도 안 된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아이의 꾸중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해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꼭 하도록 하고, 해서는 안 될 일들은 하지 않도록, 그것이 습관이 되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3대 이상의 대가족이 한 집에 살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생활을 하게 되고, 아이를 많이 길러본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자들의 육아에 자신들의 현명한 인생의 경험을 살려 조언을 하기에 가정교육이 잘 이뤄졌다. 그러나 요즈음과 같이 아이를 길러본 경험이 없는 젊은 부모가 혼자서 육아를 하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직장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직업에 긍지를 갖게 하도록 아이들에게 직장을 보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러시아의 혁명가 레린은 말년에 스타린을 제거하도록 유서를 남겼지만 실패했다. 이는 재능은 있으나 포악하고 용서를 모르는 스탈린의 성격을 염려해서일 것이다. 예술가가 꿈이었던 아들을 매질로 키운 구두수선공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탈린은 흉폭한 독재자가 됐던 것이다.

 안 되는 일을 남의 탓을 하지마라, 특히 일이 잘 안될 때 아이에게 고함치고 짜증을 내지 마라. 아이의 교육을 엄마 혼자에게 맡기지 말고 부부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부드러운 모성과 강한 부성이 조화를 이뤄야 아이가 건전하게 자란다. 아버지는 정신적으로 강해야 한다. 특히 사내아이와는 이불을 펴고 레슬링이라도 한판 하면 아이들과의 교감이 매우 좋아질 것이다.

 요즈음의 부모들은 조바심을 너무 많이 낸다. 아이들이 조금만 특이한 행동을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걱정을 하고, 또 조금만 똑똑한 행위를 하면 거의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천재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과도한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를 내몰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글로벌 시장서는 성공을 하기 어렵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다. 우리 아이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산업사회에서는 대량생산 대량 소비이지만 글로벌 정보화 사회에서는 구매자의 욕구에 맞는 소량 제품이 필요하고, 창의력에 의한 생산 제품만이 경쟁력을 가진다. 이 때문에 ‘창의성’과 ‘융합’이 사회 곳곳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창의력은 관심과 호기심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아이들을 성적에 구속된 학생으로 키우지 말고 아이의 장래를 위해 멀리 내다보는 관점을 가지고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즐겁게 놀면서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도록 해야 한다. 어릴 때 성적에 너무 구속돼 과도한 짐을 지우면 창의력의 싹을 틔울 수가 없다. “볶은 씨앗은 싹이 트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생각이 세계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스페인, 이태리, 그리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작은 나라들이라도 한때는 세계를 호령한 기록이 있다. 우수한 인재를 많이 보유 할수록 나라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아지기 마련이다.

 세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지만 유일한 것이면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세상이다. 눈을 들어 미래를 보자. 우리도 이제 창의력으로 키워진 아이들이 세계를 호령할 날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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