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1991년 부활된 이후 벌써 2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많은 변화도 있었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은 행ㆍ재정권이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무늬만 지방자치다.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들어왔던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심지어 모 단체장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집무실 넓이까지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하소연 한다. 중앙정부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지나친 전횡을 문제로 지적하겠지만, 이제 지역 내부의 통제와 견제로도 이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지방분권의 요구가 중앙정부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달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지방자치제의 본질적인 부분은 훼손하지 말고 국가의 관여를 배제해 달라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이 권한과 책임을 적정하게 분담하면 행정의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방분권은 중앙행정의 효율성과 지방행정의 자주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지방분권관련법이 제정되고, 분권위원회의 활동이 있었지만, 그 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끝내기 일쑤였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적어도 4대 자치권, 즉 입법권, 조직권, 재정권, 계획권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 현재의 실상을 보면 입법권인 조례제정권은 상위 법률과 일반 행정명령을 통해 제한받고 있다. 자치조직권도 중앙정부의 통제 속에 있다. 자주 재정은 더욱 열악한 수준이다. 80대 20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각종 개발계획권 역시 중앙정부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강화를 위해서는 조례제정 범위 확대, 지자체에 기구설치권과 정원관리권 보장, 재정자주권 확보 등이 필수적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 특히 이중에서 자주재정권 확보가 지방분권의 핵심이다. 자주 재정은 국세와 지방세 조정, 국고보조사업 개편, 지방교부세제 개편을 통해 이루어진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지만 한 번도 제대로 실행된 적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은 자주재정권 확보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사업에 대한 지방비 부족분만 책임지겠다고 한다. 과연 지방재정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무상보육 국비지원과 취득세 감면에 따른 지방세 부족분 보전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자주재정권과는 다른 문제다.
중앙정부가 모든 권한을 움켜지고 마음대로 휘두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과감히 넘겨야 한다. 그 토대 위에 지방정부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지역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동반성장, 그 출발점이 지방분권이다. 박근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