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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본래 설립취지에 충실해야
미래부, 본래 설립취지에 충실해야
  • 김은일
  • 승인 2013.02.25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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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은 일 변호사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새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렇게 정부조직 구성이 교착상태에 빠진 주요 원인은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새로 설치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게 방송업무를 관장할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여야 간의 이견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첨단기술에 기반을 둔 신성장동력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한 ‘창조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미래부를 설치하기로 하였고 미래부에서 마련하는 정책이 향후 근혜노믹스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선 이전부터 과학기술과 ICT 전담부서 설치(또는 부활)의 필요성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해온 부분이고, 그 실행방안으로 새 정부는 과학기술과 ICT를 과거와 같이 별개의 부처로 설치하지 않고 미래부라는 하나의 부처에서 관할하도록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새 정부에서 야심차게 마련한 이 개편안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의 전문가들로부터도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박근혜 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먼저 일부 여당 내부 인사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비판은 이러하다. 미래부의 설립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각 부처로 흩어졌던 과학기술과 ICT 관련 기능과 역할을 모아줘야 하는데, 인수위가 확고한 중심 없이 기존 부처들의 의견에 휘둘리다 보니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능들을 충분히 모으지 못해 당초 미래부의 설립취지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에 더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일부 기능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인수위 안에 대해 방송의 공공성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방송정책은 방통위에 남겨놓을 것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야당 주장은 방통위는 여야가 추천한 방통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운영하는 합의제기관이어서 대통령으로부터 최소한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으나, 미래부는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은 장관이 업무를 총괄하는 독임제 행정기관이므로 미래부에서 방송을 관할할 경우 방송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ICT 부분 관련 인수위 안을 보면, R&D 일원화의 중추인 신성장동력, 산업 융합, 산업 R&D, 산학 협력 등은 명목상으로 총괄, 기획 기능만 이관되고 핵심 법률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조직이나 예산사업 모두 기존 부처에 존치되고 있고, ICT 부분 역시 기술개발은 이관하면서 표준화는 빠졌고, 소프트웨어(SW)를 이관하면서 임베디드 SW는 지식경제부에, 게임SW는 문화부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이는 미래부가 과학기술과 ICT 전담부서를 표방한 것으로 볼 때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다음으로 방송정책 관련 개편안을 보면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한 위성방송, 종합유선방송, 중계유선방송 등 유료방송의 허가권을 미래부로 이관하고, 방송과 관련된 법령의 제정권과 개정권도 미래부로 이관하고, 미디어렙 등 방송광고 관련 제반 사항과 방송발전기금, 그리고 방송광고공사 운영도 미래부가 관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결국 인수위 개편안은 보도 방송의 진흥과 비보도 방송의 진흥ㆍ규제 정책을 산업으로 보아 이들을 모두 미래부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료방송도 채널편성 등의 문제로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고, 방송광고정책 역시 광고주를 통해 방송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에 인수위 주장과 같이 산업논리로만 접근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방송을 규제와 진흥으로 분리하는 것은 방송을 하나의 기능으로 다루는 대다수 국가들의 사례에 비춰봐도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에 그 설득력도 약하다. 설혹 인수위 안이 유료방송과 방송광고의 진흥에 다소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그 이익이 그로 인해 침해될 수도 있는 방송의 공공성에 비해 큰 것인지도 또한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수위의 미래부 설치 안을 보면, 정작 가져와야 할 기능은 가져오지 못하고 굳이 미래부에서 관할하지 않아도 되는 기능은 무리하게 가져가려고 하는 의도가 보인다. 이러다 보니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방송을 장악하려는 꼼수라는 등의 비판을 듣고 있는 것이다. 만약 새 정부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라면, 원칙과 상식의 관점에서 현재의 교착상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미래성장산업의 창출과 육성이라는 미래부 본래의 설립취지에 충실하게 아직 완결하지 못한 각 부처의 ICT 관련 기능을 다시 모으고, 방송정책은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미디어 종류를 불문하고 합의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관할토록 함이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합당한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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