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23 (금)
갈등 넘어서야 미래가 보인다
갈등 넘어서야 미래가 보인다
  • 안상근
  • 승인 2013.04.02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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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상 근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1항에 나와 있는 조항이다. 그러나 민주공화국 대신 붙는 수식어가 너무 많다. 갈등공화국, 자살공화국, 입시공화국, 부패공화국, 알바공화국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모두 우리 사회의 심각성을 반영한 말이다. 그런 만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국가적 난제다. 그래도 심각성 정도를 놓고 볼 때 가장 앞선 순위는 갈등공화국이란 말인 것 같다. 새 정부 들어서도 하나 된 대한민국과 국민통합을 누차 강조하고 있을 정도로 갈등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다.

 본래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갈등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그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도 다양하게 분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갈수록 개인적 집단적 요구가 많이 분출되고 그 속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사회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때때로 적정한 긴장과 갈등은 새로운 에너지원이 되어 사회발전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그 도를 넘어선 것 같다.

 지난 2월 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사회갈등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균열요인을 민족ㆍ종교, 계층, 노사, 지역, 세대 등 5개로 범주화해 갈등 정도를 분석한 것이다. 분석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구조적 균열정도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0개국 중에서 12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민족?종교 갈등이 크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요인을 제외하면 OECD 국가 중에서 갈등 정도가 3위로 수직상승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갈등의 정도를 순서로 따지면 계층갈등, 노사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순이라고 한다. 특히 가파른 경제사회구조의 변동과 사회 갈등의 증가에 비해 이에 대응하는 국가적 차원의 관리역량과 시민적 관용수준이 아직 미진하다고 한다.

 굳이 연구결과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갈등정도는 누구나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취임하자마자 쇠고기 협상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해 큰 홍역을 치른바 있다. 지난 대선 때도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지역간 갈등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경남과 부산만 보더라도 갈등의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동안 신항 명칭 및 행정구역관할권 문제, 남강댐 물 부산식수원 사용문제, 동남권 신국제공항 입지 문제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전철 MRG(최소운영수입보장) 분담비율 조정문제를 놓고 부산시와 김해시가 갈등을 노출시키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조차도 갈등의 정도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고려 성종 때 서희는 80년 거란대군을 담판으로 철수시키고 강동 6주까지 얻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협상을 통한 갈등적 상황의 해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적 갈등도 얼마든지 조정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그동안 너무 극단적으로 서로를 향해 달려왔다. 서로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기 보다는 대립각을 세우고 흑백논리로 풀려고 했다. 정치권조차 갈등을 풀고 국민을 통합하기 보다는 서로 내편이 돼달라며 국민 편가르기에 앞장서 왔다.

 현재의 갈등수준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는 국가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성숙된 사회와 성숙된 시민의식은 갈등을 얼마나 잘 풀어나가느냐가 그 척도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상과 타협의 정신이다. 정당하게 양보하고 얻어내는 민주적 협상과 타협의 과정은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아니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다. 아무쪼록 새 시대에는 갈등, 불통, 분열의 시대를 넘어 상생, 소통, 통합의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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