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8:15 (수)
한 주를 밝히는 시
한 주를 밝히는 시
  • 전병태
  • 승인 2013.06.16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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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유모차
                                            - 전병태 (1950~) - 

         
             저녁놀 그늘 아래 유모차에 매달려서

   등 굽은 할머니가 그림자를 밟고 간다

   세월을 돌아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요람을 흔들던 손 유모차에 끌려간다

   세월을 가득 싣고 눈물도 담아 싣고

   세 살 적 아기가 되어

   발자국을 찍으며.

 약력
진주 수곡 출생2001년 <현대시조> 등단

시조집 : ‘아버지의 山’

 나이가 들면 기력이 떨어져 혼자 걷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팡이를 사용하든지 유모차(보행보조차)를 사용하게 된다.

할머니는 능동적이던 젊은 날을 지나 지금은 수동적인 노년의 삶을 힘겹게 가고 있다.

 유모차를 끄는 게 아니고 매달려 갈 정도로 기운이 없는 삶이다. 이제 인생은 저녁놀 그늘에 와 있다. 곧 어둠이 올 것이다. 그렇게 저물어 밤이 되고 어둠이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할머니는 엊그제 같기만 하던 젊은 날을 돌아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인생이란 게 한순간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진 세월 눈물로 살아온 할머니의 삶을 보고 있는 시인의 눈길이 깊고 무겁다.

 유모차에 의지해 힘겹게 가고 있는 할머니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미리 보고 있는 시인의 눈길이 바로 우리들의 눈길이 아닐까?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 살 적 아기 걸음으로 걸어야 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을 텐데…….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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