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6:15 (목)
白眼視(백안시)
白眼視(백안시)
  • 송종복
  • 승인 2013.06.18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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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코치도 없이 ‘백안시’하는 누를 범하면 안 돼
白 : 흰 - 백, 眼 : 눈 - 안, 視 : 볼 - 시
흰 눈으로 본다는 뜻으로, 남을 업신여기거나 냉대하여 흘겨 봄.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조선팔도 다 팔아 먹어도 눈치코치는 팔아먹지 말라.’ 또는 ‘눈치 없는 것이 인간이냐’는 속담이 있듯이 백안시(白眼視)와 청안시(靑眼視)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3세기 후반 중국 위진시대(魏晉時代)의 진서(晉書) 완적전(阮籍傳)에 의하면 노장(老莊)의 철학에 심취해 대나무 숲속에 은거하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이 있었다. 완적은 여러 가지 책들을 널리 읽고, 술을 좋아했고, 거문고를 교묘하게 탈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예의범절에 얽매인 지식인을 보면 속물(俗物)이라 해 이를 ‘백안시(白眼視)’ 즉 업신여겼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 때 조문객들이 와도 머리를 풀어헤치고, 침상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물끄러미 손님들을 응시하고, 조문객에 대한 예절인 곡(哭)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기쁨과 성냄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았지만, 예절에 얽매인 자를 보면 검은 눈동자와 흰자위로 외면했고, 통속적인 예절을 지키는 선비를 만나면 흰 눈으로 흘겨보았다. 어느 날 역시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혜강의 형 혜희가 완적(阮籍)이 좋아하는 술과 거문고를 가지고 찾아왔다. 그러나 완적이 흰 눈으로 흘겨보며 업신여기고 상대해 주지 않자, 혜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도망가듯 돌아갔다. 이 소식을 들은 혜강이 술과 거문고를 들고 찾아가자, 완적은 크게 기뻐하며 검은 눈동자를 보이면서 환영했다.

 이처럼 상대가 친구의 형 일지라도 완적은 그가 속세(俗世)의 지식인인 이상 청안시(靑眼視)하지 않고 백안시(白眼視)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조야(朝野)의 지식인들은 완적을 마치 원수를 대하듯 몹시 미워했다고 한다. 백안(白眼)이란 눈의 흰 부분을 말하며, 흰 눈으로 사람을 보려면 눈의 시각을 45도 옆 눈질하며 봐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보지 않고 삐딱하게 본다는 의미에서 ‘사람을 싫어해 흘겨보는 것’ 또는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 사람을 엿보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마는 그 중 우선 쳐다봐야 하니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의 증오(憎惡)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얼굴의 움직이는 표정을 나타내는 것은 눈과 입뿐인데, 입의 변형모습은 너무 많으나, 반면 눈은 흰 동자와 검은 동자 둘 뿐 인고로 남을 엿보기엔 흰 동자를 사용한다. 그래서 남을 엿보거나 미워하거나 싫어할 때는 백안시(白眼視)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남의 ‘눈치 볼 줄 모르는 것이 사람이냐’는 비아냥이 있듯이, 눈치코치를 잘 읽을 줄 아는 올바른 인간이 돼야 함을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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