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8:52 (수)
엄마 손맛에서 나온 국물에 탱탱한 면발 "바로 이 맛"
엄마 손맛에서 나온 국물에 탱탱한 면발 "바로 이 맛"
  • 김한근 기자
  • 승인 2013.07.18 22: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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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잘 되는 비결은 `정직` "사람 입맛은 속일 수 없죠"
▲ 좋은 재료를 써 우려낸 서면 칼국수 국물은 미식가의 입맛에 딱 맞다.
청결은 또 다른 손님 배려 "3년 모은 돈 장학금 쓸 것"

 주로 서민들이 좋아하는 칼국수에도 전문 블로그가 있다. 맛집 블로그가 많은 세상이라지만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칼국수 블로그 `서면 칼국수`를 검색하니 `와! 맛집이 여기에 따로 있었네`다.

 "사람들 입맛을 속일수가 없어요. 안 좋은 재료를 쓰면 손님들 입이 먼저 알아차리거든요." 밥을 빨리 먹고 쉬고 싶기 마련인 꿀 같은 점심시간에도 직장인들이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음식점이 있다.

 부산 범내골에 위치한 `서면 칼국수`에는 빈자리가 생기기 무섭게 손님들이 신발을 벗고 주문한다.

 장사가 잘되는 비결이 뭐냐고 묻는 기자에게 `서면 칼국수`의 김영애(50ㆍ여) 사장은 `정직`이라는 의외의 답을 했다.

▲ 칼국수와 함께 나오는 매콤한 깍두기(왼쪽)와 단무지.
▶ 정직한 재료

 `서면 칼국수`를 하기 이전부터 김 사장은 서면 지하철역 근처에서 칼국수 음식점을 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음식점과 다른 일을 병행을 하고 있었는데 때문에 음식점에만 신경을 쓰기가 힘들었다고. 손님들은 줄어들었고, 빚은 점점 늘어갔다고 한다. 때문에 재료의 질을 낮추게 됐다. 그러자 손님이 더욱 줄어 들었다고 한다. 그때 사장은 3개월만 해보고 안되면 접겠다는 생각으로 재료의 질을 높이고 음식점에만 온 정성을 쏟았다.

 그 후 매출이 놀랄 만큼 올랐다. "살아있는 우럭은 맹물로 끓여도 맛이 있고, 얼어있는 우럭은 온갖 재료를 넣고 끓여도 맛이 나지 않아요." 김 사장은 그만큼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때문에 재료에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눈앞의 이윤만 생각 하다보면 재료의 질을 낮추기 쉽다.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우리는 소위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정직이 비결이라는 김 사장의 말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 서면 칼국수 입구.
▶ 정직한 손맛

 맛집에는 으레 자신만의 특별한 비법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그런 음식점들은 자신만의 비법을 누설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쫄깃한 면발을 만들는 비법이나 깊은 국물맛을 내는 비결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서면 칼국수`에는 그런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숨길 것도 없었다.

 여섯 명의 딸 부잣집에서 셋째 딸로 태어난 김 사장의 손맛은 어머니로 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특별한 요리법을 전수받은 것이 아닌, 어머니 손맛을 이어받아 칼국수 음식점을 운영한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김 사장만의 솔직한 비법일 지도 모른다.

 `프랜차이즈 운영을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 질문에 대답은 단호했다. "직영을 할 생각은 있어도 체인점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그는 "손맛은 결코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서면 칼국수 내부.
▶ 정직한 노력

 창업을 준비하는 후발 주자들에게 한말씀 해달라는 말에 김사장은 "정직ㆍ친절ㆍ청결 세 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결과 친절은, 정직에 대한 정신이 밑바탕이 돼 있지 않으면 진심으로 표현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는 숟가락 하나라도 끓는 물에 소독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손님에 대한 친절한 배려이며 아울러 청결의 실천이자 음식을 보다 정직하게 맛보게 하려는 노력이 숨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상에는 깍두기와 단무지가 앙증맞은 통에 담겨져 있고, 작은 접시가 쌓여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은 접시 덕분에 반찬은 먹을 만큼 깔끔하게 덜어먹을 수 있고 이것저것 시켜서 나눠먹기도 번거롭지 않다. 이것 또한 손님을 향한 세심한 배려다.

▲ 서면 칼국수의 특별메뉴 보약 보쌈.
 `서면 칼국수`에는 다른 칼국수 음식점에서 시도하지 않은 또 다른 노력이 숨어있다. 그것은 차별화된 메뉴이다. `보약보쌈`이 미식가의 입맛에 딱이다. 회식을 하기에는 그만이다. 때문에 `서면 칼국수`에는 점심이건 저녁이건 손님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 사장의 이러한 노력은 한 가지 꿈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그는 `서면 칼국수`를 통해 3년 동안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이것은 자신과 한 약속"이라며 "어려운 형편 속에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입맛은 무엇보다도 정직하기에, 그에 맞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정직이라는 비결 밖에 없다. 이 정직한 고집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지침서가 돼야 할 것이다.

▲ "맛을 잘 내기 위해 최고의 재료만 쓴다" 부산 `서면 칼국수` 김영애 사장.
[인터뷰] 김영애 서면 칼국수 사장

"자식이 먹는 음식 내 듯 손님 맞지요"
소문날 음식점에는 특별한 이유 있어… 9년째 영업
국물 몇 숟가락 떠 먹으면 "아하" 감탄 저절로 나와

 눅눅한 장마철에 입맛은 저만치 달아난다.

 이럴 때 가장 쉽게 생각나는 메뉴가 칼국수다. 칼국수는 구수한 향과 탱탱한 면발 때문에 더울 때 더욱 생각나는 메뉴다. 부산 범내골 서면 칼국수는 올해로 9년째 칼국수를 삶아내고 있다.

 취재 하는 날, 장맛비가 부산전역을 적셨다. 서면 칼국수집에 들어서니 `웬걸?` 발 딛을 틈이 없다. 줄서서 20분 빈자리 있을때 "입장 하세요." 김영애 사장의 허락없이는 새치기는 꿈도 못 꾼다. `이렇게 유명한 집이 언제 부산에 있었지`라고 중얼중얼 하고 있는데 김 사장님 연신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정말 바쁘다 바빠"라고 한다.

 북어ㆍ버섯ㆍ부추ㆍ호박ㆍ김ㆍ양파ㆍ마른새우ㆍ단무지ㆍ깨가 어우러진 칼국수 국물은 감칠맛이 돌았다. 역시 소문난 서면 칼국수집이다.

 오후 2시가 지난 시간 김 사장이 한숨을 쉰다. "휴~우."

 이제야 인터뷰 시작. "정말 이렇게 손님이 많은 이유(비법)가 뭔닙꺼."

 싱긋 웃으며, 김 사장 왈 "비법이 오데있소, 정직한 마음과 믿음이지. 우리는 식재료를 생산자와 직접 계약 재배하고 삼천포 디포리, 비금도 천일염 등 모든 재료를 국내산 특A품만 사용하고 특히 단무지는 국내 대기업 식자재를 구입한다"며 술술 자랑이다.

 김 사장은 "재료는 국산품 중 최고 등급만 사용해 재료비를 절대 아껴서는 안 된다"며 "하루 수백 명의 손님이 찾는데 그 중 여성분이 70% 이상이라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맛내기가 너무 힘들어 밀가루 70포대를 연구하면서 버렸다"며 "고전했지만 오랫동안 연구해서 손님들의 좋아하는 맛을 만들었다"고 했다. 은근하면서 구수한 칼국수는 내공의 결과였다.

 기자는 `역시 소문에는 이유가 있다`라고 생각하며 서면 칼국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국물 맛이 이떻게 순한지 참 신기했다.

 서면 칼국수의 국물 맛은 은은하면서도 깔끔하다. 콩나물이 들어가서 뒷맛은 시원하기까지 하다. 국물 몇 술을 떴을 때 바로 감이 왔다. `이 집은 맛집이다` 라고.

 칼국수 맛의 또 다른 축인 면발도 적당히 굵고 쫄깃한 면발이 입에 찰싹 달라붙는다. 기계로 면을 뽑아 손으로 칼질을 해 맛을 낸 솜씨였다.

 김 사장은 "내 자식, 내 손자가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엄마의 마음으로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식당을 운영하고 사랑받고 싶다"라고 웃는다.

 인터뷰 내내 식당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따뜻한 정이 가득한 식당. 무슨 이유에서 손님이 붐비고 다시 찾아오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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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님이 2013-07-19 15:42:29
이렇게 비법을 다 공개하면 다른사람이 따라하면 어떻게 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