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0:30 (수)
附驥尾 (부기미)
附驥尾 (부기미)
  • 송종복
  • 승인 2013.07.23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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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종 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사마천이 지은「사기(史記)」에 부기미(附驥尾)라는 문자가 처음 나온다. 공자 말씀에 "사람은 실천하는 길이 같지 않으면 서로 꾀하는 것도 같이 하지를 않는다"고 했다. 이는 각각 자기 의사를 좇아 할 것을 말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부귀가 뜻과 같이 얻어질 수 있다면, 천한 직업인 견마잡이 하인일지라도 나는 이를 사양치 않을 것이다. 만약에 얻어질 수 없다면 자기의 즐기는 바를 좇을 것이다"라고 했다.

 고의(賈誼)가 말하길 "탐욕하는 자는 재물 때문에 죽고, 열사는 이름을 위해 죽고, 권세를 부리면 권세 때문에 목숨을 잃고, 평범한 서민은 다만 생활에 매달리게 된다"고 했다. 같은 광명은 서로 비추어 주고, 같은 무리는 서로 어울리기를 마치 구름이 용을 따르고, 바람이 범을 따르는 것과 같이 성인이 이 세상에 나타나고서야 온갖 물건도 빛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백이ㆍ 숙제는 어진 사람이라 하지만 공자의 붓을 통해서 비로소 그 이름이 드러나게 되었고, 안연(顔淵)은 학문에 충실했지만 공자의 이름 밑에(기미:驥尾) 붙음으로써 그 조촐한 품행이 더욱 나타나게 됐던 것이다. 마을 구석에 사는 사람으로 품행을 닦고 이름을 세우고자 하는 이는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학식 있는 명사를 만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름을 후세에 전할 수가 있겠는가? 기미(驥尾)는 `천리마의 꼬리`다. 얼핏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말이나 소에 보면 흡혈충(吸血蟲)이 있다. 이놈은 워낙 느림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움직임을 느끼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느린 놈도 일단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하루에 천리길을 가게 된다. 그것은 흡혈충이 빨라서가 아니라 천리마의 꼬리에 붙었기 때문이다.

 사마천(司馬遷)에 의하면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이름이 후세에 전해지고 또 충절의 대명사로 인구에 회자(膾炙)될 수 있었던 까닭은 공자라는 성인이 그들의 충절을 높이 기려 기록해 두었기 때문이다. 만일 공자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의 이름이 전해질 수 있었을까? 마치 흡혈충이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있으면 하루에 천리를 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전한(前漢) 말기의 사람인 장창(張敞)도 이렇게 쓰고 있다. 파리는 열 걸음 거리밖에 날지 못하지만 천리마 같은 발 빠른 말의 꼬리에 붙으면 천리길도 쉽게 갈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말에게는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고 파리는 다른 것들을 훨씬 멀리 떼어놓을 수가 있다. 세상에는 큰 인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 자리가 인물을 정해 준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에 주인이 따로 있나? 때를 만나 먼저 않으면 주인이 되고 또한 인물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아닌 부기미와 같이 남의 힘을 빌려 출세하는 사회 풍토는 없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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