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바람이 말하길 "내 비록 구름을 흩어지게 할 수 있지만 저 밭 가운데 서 있는 돌부처는 자빠뜨릴 수가 없으니 그것이 내 위에 있네" 했다. 두더지는 하는 수 없이 돌부처에게 가서 또 청혼을 하니 돌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내 비록 바람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오직 두더지가 내 발밑을 뚫고 들어오면 자빠지는 것을 면할 수 없으니 두더지가 더 높다네" 그러니 두더지에게 청혼을 하는 것이 어떤가 했다. 이 말을 듣자 두더지는 거만스럽게 말했다. "천하에 높은 것이 나만 한 것 없구나"하며 마침내 두더지끼리 혼인을 했다.
이는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사는 어리석은 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즉 세상에는 절대적인 존재는 없고, 모두 상대적인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는데서 나오는 자학적인 짓이다. 세상에는 지위고하(地位高下)가 있기 마련이다. 고관대작(高官大爵)이 있는가 하면 미관말직(微官末職)이 있고, 박학다식(博學多識)이 있는가 하면 천학무식(淺學無識)도 있다. 간혹 세상엔 자신이 어느 부류에 해당되는지 모르고 날뛰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두고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할 것이다. 요즘 세상은 요지경이다. 선거에 있어 무조건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온갖 선거법을 어기고 있다. 정관과 규약의 위반은 물론, 없는 학력과 경력을 허위로 꾸며 고지 탈환만을 노린다. 전쟁에는 적이 있되 적과의 계약은 없다. 그러나 계약으로 맺어진 사회에서는 전쟁과 다르다. 누군가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덤벼들며,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해 말썽이 일어난다.
경남의 모 문화원의 사정이 그렇다. 지사의 승인 아래 존폐가 달렸으며 또한 모든 행위가 지사의 승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나가고 있다. 이는 `무리수를 써도 되더라`는 인식 때문이다. 승인자가 모른척하는 건지 또는 관리감독이 미숙해 그런지 몰라도 언젠가는 짚고 넘어 가야 될 것이다.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야서혼((野鼠婚)이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