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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매일
  • 승인 2013.10.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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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척’
‘아는 척’하는 어른들에게 보내는 일격
‘아는 척’
최서경 지음
(문학동네… 9천500원)

 ‘젊다고 하기엔 어리고, 어리다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 열아홉들에게 어른들은 마치 다 이해한다는 듯 의미 없는 충고와 잔소리를 늘어놓기 일쑤다.

 그러다 이들이 일탈(?)을 하면 어른들은 이렇게 묻는다. “고3 돼서 막 부담스럽고 그래?”, “어머니가 잔소리 많이 하셨니?”

 신예 작가 최서경의 첫 장편 소설 ‘아는 척’은 이런 열아홉의 현장을 생생히 담고 있다.

 전교 1등 윤은 하고 싶은 전공을 스스로 선택하라는 부모에게 철학과에 가고 싶다고 선언한다. 그런 윤에게 부모와 선생님은 윤이 경영학과에 충분히 갈 수 있지만 입시를 앞두고 자신감을 상실한 것일 뿐이라며 회유와 압박에 나선다.

 여린 심성의 소유자인 박은 어쩌다 문제아로 찍히는 바람에 사사건건 오해와 편견에 시달린다.

 전교 왕따에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강의 탈출구는 그림이다. 자신이 보는 아빠가 얼마나 괴물 같은지 그림으로 그려서 선물할 계획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발칙한 작당을 한다. 일격을 당한 어른들은 역시나 아는 척을 하며 묻는다. “집에서 옥죄는 편이야? 부담이 됐니?”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만 생각하고 어른들은 항상 우리를 과소평가한다. 재미있는 점은, 어른들은 늘 아이들의 문제가 별것 아니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일탈에도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어른들은 변하지 않았고 이들 열아홉도 ‘이 사건을 계기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가식적인 결말’을 원하지 않는다.

 그냥 이들은 열아홉일 뿐이다. ‘세상이 너무 어둡고 축축해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엔 누려 보지 못한 세상이 너무나 넓었고, 세상이 마냥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라고 여기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나이’, 열아홉.

 시인 안도현은 심사평에서 “세상과 어른에 대한 태클이 매우 거친 소설”이라며 “착한 척, 잘난 척하는 기성세대를 후련하게 조롱한다”고 말했다.

 180쪽.

▲ ‘소수 공상’
한국 수학자가 풀어 설명한 소수의 세계
‘소수 공상’
김민형 지음
(반니… 1만 5천원)

 한국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로 임용된 세계적인 수학자이자 정수론의 대가 김민형 박사가 소수(素數)의 세계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 책 ‘소수 공상’이 발간됐다.

 반니출판사가 세계적 석학들의 책을 중심으로 수학, 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법학, 예술 등 여러 분야 간의 대화를 시도하고자 기획한 ‘K.A.O.S(Knowledge Awake On Stage)의 1탄이다.

 기존에 우리가 해왔던 수학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우리가 의미도 모른 채 공식을 외고 문제풀이에 급급했던 수학의 개념들을 아주 색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시도한다.

 김 교수의 전공은 수학 고전 분야인 ‘정수론’이다. 그동안 별개 분야로 여겨졌던 ‘위상수학’을 정수론에 적용해 수학 내에서 ‘통섭’을 이뤄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명과학 분야의 네이처나 사이언스 지처럼 수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양대 논문저널 ‘수학연감’과 ‘미국수학학회지’에 모두 논문을 게재했을 정도로 연구 실적을 인정받았다.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미국 퍼듀대, 영국 런던대 교수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11년 9월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2012년에는 호암과학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곱셈과 덧셈의 차이 같은 지극히 당연한 개념을 새롭게 사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란 무엇이며, 수학적 사고란 어떤 것인지 전한다.

 특히 소수가 가진 특별한 매력을 풀어서 전하려고 노력한다. 양자역학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에 소수를 비유하는 등 사유과정이 독특하다.

 “사람들은 0에 수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듯하다. 지금도 그 이유를 인식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당시 수는 어떤 양을 표현했다. 그렇다면, 아무런 양도 표시하지 않는 수라는 것이 어찌 존재하겠는가?”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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