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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쇠퇴와 경남도의 대응
도시의 쇠퇴와 경남도의 대응
  • 허성곤
  • 승인 2013.10.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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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쇠퇴시대의 도래
▲ 허성곤 경상남도 기획조정실장

 최근 공표된 국토교통부의 ‘전국 도시 쇠퇴 현황’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ㆍ군 중 7곳은 성장하고 있는 반면 11곳은 도시의 쇠퇴가 진행되는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성장도시에는 창원ㆍ진주ㆍ김해ㆍ양산ㆍ거제ㆍ통영의 6개 시와 함안군이 있으며, 도시쇠퇴진행 지역에는 9개 군과 사천시와 밀양시가 포함돼 있다. 전국적으로는 228개 시ㆍ군ㆍ구 중 128개가 쇠퇴가 진행 중인 것으로 발표됐다.

 도시성쇠의 주요요인으로 인구구조, 산업구조, 주거 등 기반시설 3가지를 기준으로 삼아 △인구가 최대치 대비 20% 이상 줄었거나, 3년 이상 감소한 지역 △사업체 수가 최대치 대비 5% 이상 줄었거나,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한 지역 △ 노후건축물이 50% 이상인 지역 중에서 2가지 이상인 지역을 쇠퇴지역으로 보고 있다. 도시의 자생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6월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상의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지정 기준과도 일치하고 있는 분류이다.

 이번 발표를 살펴보면 도시가 성장보다는 쇠퇴가 전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토연구원의 또 다른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144개 시ㆍ구 중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96개 도시가 쇠퇴징후를 보이고 그중 55개는 쇠퇴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간 우리는 도시는 성장만 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그러나 드디어 도시의 쇠퇴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압축성장의 역사를 간직한 우리에겐 아직 도시쇠퇴와 도시재생이란 용어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도시주택 가격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고 도시는 인근교외로 계속적으로 팽창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보듯이 도시도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성장도 하지만 쇠퇴도 하는 존재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 이하로 전망돼지고, 고령사회가 바로 눈앞에 다가온 이상, 우리는 도시쇠퇴의 시대를 인정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성장 중심의 도시계획은 이제 쇠퇴기를 맞이해 쇠퇴기에 걸맞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남도의 대응

 도시쇠퇴와 관련된 이번 발표에서 경남도에 시사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성장도시가 산업단지가 위치한 시지역이고, 군지역에서는 산업단지 건설로 공장입주가 활발한 함안군이 포함된 것에서 보듯, 도시의 성장에는 경제분야의 산업성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인구를 늘리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도시쇠퇴를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으나, 이들 방법은 도시의 경제력에 따른 부산물에 가깝다. 도시쇠퇴의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경남도에서 추진 중인 경남 미래 50년 사업과 같이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특화산업의 육성이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서부경남의 항공산업, 내륙의 나노테크산업, 남해안 중심의 해양플랜트산업과 같은 신성장산업의 육성과 김해의 연구개발특구, 의생명 특화단지 고도화, 고성의 체류형 관광휴양단지 조성과 같은 지역의 여건에 맞는 경제활성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두 번째는 낙후지역에 대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발표에서 도내의 쇠퇴하는 도시는 대부분 서부경남의 군부지역임을 알 수 있다. 낙후된 서부경남지역은 낙후된 상태에서 정체된 것이 아니라 인구의 노령화와 유출, 환경 노후화가 진행돼 더욱 쇠퇴되고 있다. 최근 경남도도 이러한 인식에서 서부권 개발본부 설립 후 개발전략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 또한 농어촌지역 생활 정주여건의 개선을 통해 주거지로서의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도시와 비교할 때 부족한 문화ㆍ교육ㆍ의료ㆍ인프라를 구축해 도시에 버금가는 생활환경 개선을 서둘러야 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 다른 시사점은 도시계획의 방향 수정이다. 그간의 성장시대 도시계획은 도시외곽지대의 계획적 개발과 미개발지역의 보전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구도심의 개발은 노후화된 건물을 밀어내고 새로운 뉴타운 건설에 치중하였다. 그러나 쇠퇴기의 도시계획은 새로운 신도심건설보다는 기존 도심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고 주거, 환경, 복지가 어우러지는 도시 재생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에서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정책방향을 전환하고 있고, 경남도에서도 구마산지역을 도시재생 시범지구로 지정해 원도심의 활력을 제고하는 한편, 서부경남의 거점도시인 진주에는 진주부흥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1987년 제작된 영화 로보캅의 배경이었던 디트로이트는 최근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작가가 25년 전에 우려한 도시쇠퇴에 대한 상상이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경남지역이 도시쇠퇴의 현상을 직시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바로 주변에서 도시의 쇠퇴를 지나 영화 속의 버려진 도시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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