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1:03 (금)
국감에서 제기된 모호한 성추행 의혹
국감에서 제기된 모호한 성추행 의혹
  • 박태홍
  • 승인 2013.10.28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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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태 홍 본사 회장
 개가 사람을 무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이같이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삿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상식 밖의 일이 현실화됐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개를 물어 그 개가 초주검을 당했다면 특종은 아니더라도 읽을거리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흔하게 있는 일이어서 기삿거리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근데 최근 들어서 별스레 주목받지 못할 `개가 사람을 무는 것`과 같은 무미건조한 기사가 각종 매체의 지면을 메우고 있어 씁쓰레한 기분마저 든다.

 경찰 고위간부가 행사를 마치고 직원과 행사 관계자들과 함께 뒤풀이 겸 식사를 마치고 장소를 나이트클럽으로 옮겼다. 성공리에 행사를 끝낸 고위간부가 술에 취했는지 자축의 의미였는지 알 길 없지만 흥에 겨워 부하 여직원과 춤을 추는 등 자기 직분을 잠시 망각했었나 보다. 몇 차례 순배가 돌고 여직원과 블루스를 추게 된 것이 화근이다. 블루스란 신체 접촉이 있기 마련 아닌가? 그 고위간부는 부하 직원과 하지 말았어야 할 춤을 춘 것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술 때문인지 자축의 의미였는지 몰라도 그 날의 고위간부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 근데 우리들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날 고위간부의 행동이 성추행이라면 그 고위간부는 피의자가 돼 형법 제298조에 의해 징역 10년 이하의 직역이나 1천만 이하의 벌금을 무는 형벌을 받는다. 그런데 고위간부는 술을 마시고 회식자리를 함께하고 춤을 춘 것까지는 인정하는데 성추행은 없었다고 말한다. 이 사건은 어떻게 판결이 날까?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이는 사건화가 되면 재판부의 몫이 되겠지만 성추행의 범위 또는 한계가 참 애매모호한 것이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사례 또는 연유 때문인지 어느 모기업의 중견간부는 결재서류를 들고오는 여직원과의 거리를 1m 이상 둔다. 아니면 그냥 결재서류를 책상 위에 놓고 가라고 한다.

 예전처럼 남성 상급자가 여성 부하 직원에게 칭찬의 의미로 어깨를 두드려 준다거나 머리를 쓰다듬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 된 지 오래다.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추행에 해당되는 행동들로 오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누명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직원과 거리를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게 요즘 모든 남성들의 직장생활 신조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각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성추행의 한계를 가리기가 쉽지 않은 이 같은 기사를 접하고 필자는 문득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유가사상의 모든 것을 총정리한 백과사전적인 경전 5경(시경ㆍ서경ㆍ역경ㆍ예기ㆍ춘추)의 예기(禮記)의 내칙(內則)편에 유래한 남여칠세부동석이란 고사성어가 생각이 난 것이다.

 이 말의 근본을 따져보면 이는 유교에서 출발한 남ㆍ여차별과 여성들에 대한 성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 간부 성추행사건도 일 년이나 지난 지금 그것도 국회안전행정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한 의원이 성추행 행위의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실제적 범죄행위 자체가 아닌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의혹이란 의심해 수상히 여기거나 또는 그 생각으로 돼 있다.

 이 같은 의혹이 국감에서 제기되자 그 고위 간부는 기자들에게 해명의 글을 보냈다. 술을 마시고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춘 것까지는 사실이나 억지나 강요에 의한 성추행은 없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사건의 핵심은 성추행의 범위와 한계를 어디까지 두느냐이다. 성추행이란 `직장이나 공공장소에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농담이나 모멸감을 주는 행동ㆍ발언을 성추행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어느 경찰간부 개인의 실수(?)를 국정감사장에서까지 거론할 정도로 우리들의 선량들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사실이다. 국감이란 국회의 고위권한인 입법기능과 함께 행정부의 견제기능으로 국정전반에 걸친 막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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